앓느니 죽지
앓느니 죽지 오늘따라 영감의 어깨가 더 처져 보인다. 밥솥 운전을 사흘 하고는 이리 늙은 걸까. 칠칠치 못한 내 마음이 그새 요동을 친다. 자꾸만 주방으로 들어가고 싶다. 언제 적부터 호강을 누렸다고 다 늘그막에 영감을 부려먹누. 시엄니 눈에 띄면 주걱 들고 납실..
178편|작가: 만석
조회수: 2,713|2017-02-07
밥쟁이 정년퇴임
밥쟁이 정년퇴임 안녕하세요.오늘은 우리 영감 흉 좀 보려구요. 남들은 뭐 무슨 영감이냐고 아직 ‘새신랑’같다고 하지만 정년퇴직하고 ‘삼식이’가 된 지 오래고 손주도 넷이나 보았으니 영감이 맞지요. 안 그래요?! 젊어서는 사 남매 키우느라고 고생도 했지만 뭐,..
177편|작가: 만석
조회수: 1,856|2017-02-06
남이 하는 건 다 한다
남이 하는 건 다 한다 우리 가게에 50년을 단골로 다니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이제는 옷을 맞추러 온다기보다, 늦은 나이에 시간을 때우느라 들르는 시간이 더 많다. 자그마한 몸집에 귀염성 있는 얼굴. 나는 그를 ‘호호할머니’라고 부른다. 추운 날 모자를 얹은 그는..
176편|작가: 만석
조회수: 3,253|2017-01-20
아직도 추억을 먹고
아직도 추억을 먹고 출근을 하는 대문 앞에 아주 빨간 단풍잎이 일곱 손가락을 힘껏 벌리고 누워 있다. 순간. 큰아들이 군에 입대해서 보냈던 빨간 단풍잎 생각이 난다. 영내에 단풍나무가 있는데 잎이 너무 고와서 엄마 생각이 나서 보낸다고 했던 아이. 군 생활이 힘이..
175편|작가: 만석
조회수: 3,617|2017-01-04
재롱잔치에 가다
재롱잔치에 가다 보림이가 재롱잔치를 한단다. 이것저것 다 겪은 나로서는 아주 작은 행사지만 며느님으로서는 아주 큰 행사다. 재롱잔치 날짜가 잡혔다고 문자가 오고 전화가 오고, 다시 변경이 됐다고 문자가 오고 전화가 오더니, 늦지 말라고 다짐을 하는 문자와 전화가 ..
174편|작가: 만석
조회수: 2,972|2016-12-10
기분이 좋은 날
기분이 좋은 날 아침 9시.어제 밤에 흘러간 고전영화를 보느라고 늦잠을 잤더니 오늘 아침이 분주하다. 뭐, 정해 진 출근 시간도 없으니 내 스스로만 용서를 하면 된다 싶으면서도 맘이 바쁘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키려면 더 추운 법이지만 아랑곳없이 몸을 일..
173편|작가: 만석
조회수: 5,505|2016-12-05
나만의 아방궁
나만의 아방궁 안방과 건너방을 수도 없이 오가다가 약봉지와 약간의 화장품이 든 작은 가방을 손에 들면 내 출근 준비는 끝이다. 안방 문을 열고 폭 4m의 거실을 가로지르고는 서너 개의 계단을 내려선다. 현관문을 열고 좌로 돌아 14개의 돌계단을 내려선다. 대문을 ..
172편|작가: 만석
조회수: 2,265|2016-11-30
영감의 여자친구들
영감의 여자친구들 “찌리리리리리리~♪♪♪”현관쪽에서 영감의 핸폰이 운다. 어~라. 영감은 때 빼고 광내고 동창회로 나간 지 오래다. 중고등하교에도 동창회가 있고 대학동문회에도 나가지만, 영감이 유난히 애착을 갖는 건 초등학교의 동창회다. 여자 동창들이 있어서라고 ..
171편|작가: 만석
조회수: 3,176|2016-11-24
김장은 하셨습니까
김장은 하셨습니까 아침엔 제법 쾌청하던 날씨가 배추밭에 들어서자 구름을 부른다. 비는 배추나 다 뽑걸랑 시작되기를 희망한다. 그러게 내가 아침 일찍 출발하자 하지 아니하던가. 영감을 원망해 본다.‘내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먹을 텐데 말이지.’ 허긴. 연장..
170편|작가: 만석
조회수: 2,186|2016-11-21
기분이 좋으면 당신이 에뻐
기분이 좋으면 당신이 예뻐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다. 아니 참 좋다. 왠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좋다. 그래서 나만의 키다디아저씨도 곱다.세돌이(우리집 푸들)도 귀엽고, 이제는 제 몫을 다 한 마당정원의 화분도 운치가 있어 좋다. 세돌이가 찢어놓은 광고지의 너절한..
169편|작가: 만석
조회수: 2,485|2016-09-30
에헤라디여~!
♪♪에헤라 디야~! 올해에는 막내 아들이 일본 출장 중이라, 청룡백호의 그림에 큰며느님을 세우고, 잔을 채우고 붓기를 여덟 번. 예전에는 그 숫자대로 상을 갈아 차렸다 하니, 우리의 조상님들은 기운도 좋으셨나 보다. 암튼 큰며느님의 수고로 이 시어미는 뒷짐을 지고..
168편|작가: 만석
조회수: 2,351|2016-09-17
까분다 한다
까분다 한다 살아 보니,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내 의도대로 살아지지 않더라는 말이지. 어려서는 양탄자를 타고 다니며 살고 싶었고, 철들어서는 대통령은 그만두고라도 영부인쯤을 꿈꾸었는지도 모르는 일. 남편을 만나 자식이 생기고는 그 자식의 꿈을 키우기에 전전긍긍 했던..
167편|작가: 만석
조회수: 2,479|201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