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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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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은 날


BY 만석 2016-12-05

기분이 좋은 날

 

아침 9.

어제 밤에 흘러간 고전영화를 보느라고 늦잠을 잤더니 오늘 아침이 분주하다. , 정해 진 출근 시간도 없으니 내 스스로만 용서를 하면 된다 싶으면서도 맘이 바쁘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키려면 더 추운 법이지만 아랑곳없이 몸을 일으킨다.

 

카톡. 카톡.”

이 시간이면 딸이겠지. 어느 딸인고. ~! 방가방가. 막내 딸이다. 문자지만 내게는 언제나처럼 통통 튀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우왕~! 정리를 해도 해도 빈 공간이 안 생겨요. 다음 주에 대표님이 미국에 오신다는데 우리가 한 번은 초대를 해야 할 텐데.”

 

집을 너무 작은 걸 얻어줘서 그렇다 해.”

정답! ㅎㅎㅎ.”

아니. 워낙 넓~은 집에서 살다와서 그렇다 해.”

것두 정답 ㅋㅋㅋ신혼 집이 얼마나 컸겠나마는 웃자는 죠크다.

 

시차가 있어서 딸아이는 시방 저녁 7시쯤 되나보다. 종일 짐을 정리하고 쉬는 중이란다.

두어 달 두고 천천히 정리하려 했는데 대표님이 오신다 해서ㅜㅜ.”

잘 됐지. 핑계김에 얼른 정리가 되겠군.”

요번 주말까지 걍 두면 류서방이 해 준다 했는데ㅜㅜ.” 만만한 게 남편이다.

 

배로 보낸 이삿짐이 꼭 한 달만에 도착을 했다는 이야기다. 잃어버린 물건도 없고 파손 된 짐도 없이 잘 왔다는 이야기며, 보이라를 높이고 따시게 계시라는 끝 인사까지를 마치고 카톡방을 닫는다. 내 딸이지만 참 영특한 아이다. 늘상, ‘네가 엄마 해라를 입에 달만큼 그녀는 내게 막내 딸이자 엄마 같은 아이다. 엄마 걱정을 입에 달고 사니까.

 

카톡. 카톡.”

늦은 날은 더 늦기 마련이다. 또 누구의 문안인고. 아하~. 큰딸이다. 시차를 계산해 보니 그쪽은 저녁 10시경이 되겠다. 자기 전에 에미에게 문안을 하는 모양이다.

우리오마닌이시간에뭘하실꼬.”

 

두 딸아이를 기르는 어미 답게 그녀는 주로 딸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옷한벌사러와서는 열벌은입어보나봐요.”

“‘땡스 기빙 데이라고 옷 하나 사 준다 했더니.”

저거다사달라면어쩌죠? 아마애비는그래그래할걸요

 

미국으로 들어간 지 10여 년. 이제는 한글 띄어쓰기의 개념이 없어졌는지 언제나 다닥다닥 붙여 문자를 보낸다. 그래도 이해가 쉬운 건 내 머리가 명석해서라기보다는, 우리 한글의 우수성이하하하.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저거다사준다하면애비한테투잡뛰라고해야지.”

이런이런. 그러지도 못할 위인이 엄마 앞에서만 위세를 부린다. 얼마나 살가운 지어미인데.

 

참 좋은 세상이다. 만리 밖 이국에 있는 딸아이들과의 대화가 마주보 듯 가깝게 느껴지니. 오늘은 아니지만 영상통화를 하는 날이면 나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더 진하게 실감한다. 이렇게 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런 날은 기분이 좋다. 하루를 두 딸아이와 열었으니 말이지. 까짓 늦은 출근이 무슨 대수람. 오늘도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좋은 일.

 

보림아~!

고모가 거시기 그거 뭐라더냐 뭐, 블랙후라이데이라 카던가 뭐시기라 카는 날에 보림이 빨강 부스 샀다구 영상 보내 왔는디? 고모한티 자주 전화 혀라이~. 손해 볼 거 없응께. 글구 사랑한다구 자꾸 혀~. 그 값은 건질껴. ㅋㅋㅋ. 보림이가 230mm를 신는다 하니 놀라던디? ㅎㅎ~.

 

기분이 좋은 날
프로리다의 석양

손녀 딸아이의 대학졸업식에 다녀오다가.달리는 차창으로 본 프로리다의 광활한...)

막내 딸아이가 켈리포니아 하늘이 더 멋지다고 자랑합니다요. 에미는 사진 속에서도 그녀들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