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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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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분다 한다


BY 만석 2016-09-13

까분다 한다

 

살아 보니,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내 의도대로 살아지지 않더라는 말이지. 어려서는 양탄자를 타고 다니며 살고 싶었고, 철들어서는 대통령은 그만두고라도 영부인쯤을 꿈꾸었는지도 모르는 일. 남편을 만나 자식이 생기고는 그 자식의 꿈을 키우기에 전전긍긍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칠십도 훨씬 넘긴 나이에 돌아보니, 그동안은 TV 연속극에 그리 취미가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그랬을 게다.

 

그러고 보니 요즘엔 TV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를 꽤나 즐기고 있다. 특히 셋째 며느리 견미리의 역을 눈여겨본다. 아이들이,

엄마 수술 받기 전의 말투예요. 엄마가 저렇게.”하는 막내딸 아이의 말을 듣고 찾아서 보게 됐다. 예전에 방영한 것인지 요사이 새로 방영을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앞에 말했듯이 나는 TV드라마를 즐기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작가의 성향이 매번 판에 박은 레파토리라서.

 

아무튼 그는 내 알 바가 아니고 난 드라마 속의 셋째 며느리에만 관심이 있다. 예전에 내가 어떠했는지를 보는 건 퍽 재미있는 일이 걸랑. 싹싹하고 귀여운 셋째 며느리. 철부지며 애교스러운 셋째 동서. 아무리 살펴도 그녀가 내 젊은 시절이라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만 같다.

글 속의 내가 어떤 며느리 같으니?” 묻는 나에게 말성임 없이 큰딸이 말했다.

시부모님께 잘하면서도 내 할 말 다 하는 현명한 며느리.”라고. 그런가? 극 속의 셋째 며느리가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말투가 나를 닮았다 하니 말투를 뜯어보자. 싫은 일에 몸을 배배 틀며,

형님. 나는 그런 거 잘 못하는데여~.”

퇴근하는 남편에게 매달리며,

당신 오늘도 수고했쪄~.”하는 귀여운 와이프. 게다가,

. . 알았쪄.”하며 맘에 없는 일을 받아넘기는 그녀다. 그런데 내가 그랬다고?

 

수술 전에 그랬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이야기지? ~. 지금은 둘째 동서랑 동과(同科)인가? 새초롬하고 까탈스럽고 인색한 오리지널 A? 아니 B? 내 맘대로 휘젖는 ㅈㄹ형 마누라? ‘여봐라~!’집안을 호령하는 아나무인의 와이프? 말하지 않아도 모두 설설 기게 만드는 서태후마마과 마누라? 잘 난 것 하나 없으면서도 도통 소통이라는 걸 모르는 여걸 마나님? 제 맘대로 되지 않으면 밤잠을 설치며 혼자라도 투정을 부리는 양귀비형?(케케케).

 

후자의 마누라보다는 전자의 셋째 마누라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을 한다. 지금은 아침 식사후 커피타임. 당뇨를 얻고는 커피를 자제하지만 옆에서 냄새를 풍기는 남편 덕에 자주 그 유혹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오늘 아침엔 유혹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시도를 감행. 견미리 톤으로, 한 잔의 커피를 챙기는 남편에게 말을 건낸다.

나두 한 잔 조이~.” 혀 짧은 소릴 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래도 알아듣기는 했나 보다. 잔을 하나 더 채워서 내 앞에다 밀어놓는다.

 

~.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의사들은 참 못 됐어. 먹지 말라는 게 많이 먹으라는 것보다 많아이~.” 그래도 반응이 없다. 빈 잔을 그이 앞에 밀어놓으며 마지막 시도.

이건 당신이 씻어서 엎어 놔이~.”

당신이 찢쵸서(이건 절대로 오타가 아니다.) 엎으라구.”

놔 둬.” 이건 그리하겠다는 뜻이지만 분위기가 없다.

받어이~.” 밀어놨던 잔을 들어 코앞으로 내밀었더니. ,
~~.” 그래도 그이의 미관이 환하다. 좋았어. 그게 즐겁다면 그리 살아주지, .

 

보림아~.

ㅎㅎㅎ. 할미가 대단하지 않어? 이 나이에 그럴 수 있다는 게?

ㅋㅋㅋ. 할아버지가 대단하신 겐가? 이건 엄마에게도 아빠한테도 비밀이다이~.

 

                                                   까분다 한다 

                                       이젠 손주들의 재롱에만 이런 환한 웃음을 만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