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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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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여자친구들


BY 만석 2016-11-24

영감의 여자친구들

 

찌리리리리리리~♪♪♪

현관쪽에서 영감의 핸폰이 운다. ~. 영감은 때 빼고 광내고 동창회로 나간 지 오래다. 중고등하교에도 동창회가 있고 대학동문회에도 나가지만, 영감이 유난히 애착을 갖는 건 초등학교의 동창회다. 여자 동창들이 있어서라고 놀리지만 대학동기회에도, 시골 초등학교 동창보다 더 멋진 여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이는 일편단심이다.

 

. 아직 집이냐? 추운데.”

.”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상대방에서는 분위기를 파악한 모양이다. 당황하는 기운이 여기까지 풍긴다.

. 색씬가 봐~.”

 

그러는 사이에 현관문이 급히 열리고 영감이 튀다시피 들어온다. 핸폰을 귀에 들고 섰는 나를 보고는 적잖게 당황을 한다.

하하하.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가서 되돌아 왔다. 곧 갈게. 기다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말은 그리 하지만, 그이 답지 않게 장황한 설명에 말이 길어진다.

, 정자가 발목을 뼈서 내가 태워서 가기로 했거든.”묻지도 않는 말에 상황설명이 푸짐하다.

 

갔다올께. ”“

대답이 없자 긴 목을 주방으로 빼고 답을 기다린다.

, 나간다구~.”

누가 뭐라지도 않는데 머쓱한 표정으로 내 표정을 읽는다. 꼭 거짓말을 하다가 걸린 아이들처럼 안절부절이다.

 

어느 유명 탈렌트는 이혼의 전제로, ‘우리 아이들에게 절대로 배 다른 형제를 만들어주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다지. 그러나 나는 그런 걱정을 할 나이도 아니거니와 설령 바람을 피운다 해도 내겐 아군이 많지 않은가. 그러니 여자동창들을 친히 태워다 준다 해도 별로 신경이 거슬리는 일도 아닌데. 그런데 시방 남편은 바람을 피우려다 뒷목을 잡힌 사내 같이 안절부절이다. 순진하기는 쯔쯔쯔.

 

. 따지고 든다면야 뭐 쨉이 되느냐는 말이지. 영감의 동창이니 그녀들의 나이는 대부분 팔순을 넘나든다. 사변 통에 교육을 받던 터라 나이가 들쑥날쑥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보다는 한참이 위다. 젊은 나이에서의 서너 살은 별로 구별이 되지 않지만 팔십쯤 되고 보면 한두 살의 차이에도 눈에 뜨이게 두드러진다. 한두 번 만난 남편의 동창을 내가 힘주어 굳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런 까닭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가증스럽다. 걱정도 되지 않고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하면서 어쩌자고 형님~!’을 운운하는고. 그러게 늙어도 여자는 여자고 남자는 남자인지고 하하하. 하지만 나는 시방 영감의 여자친구들보다 영감의 안정운전이 더 걱정스럽다. 이건 진실이다. 여자친구라도 좋고 남자친구라도 좋다. 그저 건강해서 오래오래만 나다닐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보림아~!

그치?! 할아부지가 오래 살아계셔야 내가 살아가는 재미가 있응께. 그러구 보니께 할미는 아직도 할아버지를 사랑하는가벼 ㅋㅋㅋ.                           


     ​ 영감의 여자친구들

                                           루레이동굴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