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학년
중간고사 이후 다시 기말고사를 맞이하기까지 혜란은 쭉 무기력증에 시달려야 했다. 여전히 방과 후에 남기는 했지만 멍하니 넋 놓고 있기 일쑤였다. 공부가 안 되면 차라리 책이라도 읽으면 될 텐데 이상하게 그것도 시들해져 버렸다. 의욕이 꺾인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
37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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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도서관에 남아 공부를 하려니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첫째, 배가 너무 고팠다. 점심을 싸와도 그 시간이면 항상 허기가 지는데, 혜란은 안 싸오는 날이 더 많았다. 지원이는 집이 학교 근처라 수업이 끝나면 일단 집에 가서 밥부터 먹고 왔다.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
36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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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지원이와 가까워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항상 정아가 혜란이 옆에 껌처럼 달라붙어 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지원이와 둘만 있을 때도 별 진전은 없었다. 지원이는 일단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았다. 소정이나 정아처럼 말이 많고 싹싹한 짝들만 만났던 혜란으로..
35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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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드디어 2학년 2학년이 되자 선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기 시작했다. 1학년은 갓 입학해서 뭘 모르고 3학년 때 무얼 하기엔 이미 때가 늦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첫 단추 운운하며 입학 첫날부터 엄포를 놓았던 선생들이 이제는 2학..
34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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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정우오빠는 정말 걷는 게 목적이었던 사람처럼 묵묵히 걷기만 했다. 혜란은 두세 걸음 뒤처져서 조용히 따라 걸었다. 큰 키에 어깨가 축 처진 정우오빠의 뒷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 혜란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정우오빠는 이따금 고개를 돌려 혜란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
33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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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혜란은 뿌리가 뽑힌 나무마냥 자포자기 상태에서 개학을 맞았다. 개학하자마자 학년말 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거기에 감기 몸살까지 겹쳐 버렸다. 며칠 견디면 낫겠지 했는데 상태는 갈수록 심해졌다. 몸살도 몸살이지만 혜란은 귀가 더 문제였다. 몸에 탈이 나면 귀가 평소보다..
32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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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적금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혜란은 잘하면 겨울방학이 끝나기 전에 귀 수술을 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만기일이 며칠 지날 때까지도 부모님은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것이다. 하루 이틀 눈치만 보던 혜란은 밤을 깎다가 엄마한테 슬..
31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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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디데이는 1월 1일로 정해졌다. 혜란은 방학 다음날부터 바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정아가 이왕이면 폼 나게 1986년의 첫날에 시작하자고 해서 그렇게 되었다. 드디어 약속한 날 새벽, 정아와 만나기로 한 건 6시인데 혜란은 4시 30분에 잠이 깨고 말았다. 그것도 자..
30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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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겨울방학이 다가올수록 수업 시간이 널널해졌다. 혜란은 기를 쓰고 책만 읽었다. 그것 말고는 불안한 마음을 다독일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같은 페이지를 펼쳐 놓은 채 끝없는 상념에 젖어 있기가 일쑤였다. 그 상념의 중심에는 늘 정우오빠가 있었..
29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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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11월 첫 주에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다. 결과는 참담했다. 특히 수학은 50점 만점에 20점대로 최악이었다. 그나마 체면을 좀 세운 건 이번 시험에서 가장 까다로웠다는 국어와 영어였다. 두 과목 모두 45점씩을 넘는 바람에 혜란은 뜻하지 않게 반 아이들의 주목을 받..
28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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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우리 내일 만날까? 난 명절이 진짜 싫어. 너무 심심해.” 추석 전날, 다들 신이 나서 가방을 싸는데 정아는 시들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가 허락할지 모르겠네....... 그리고 명절 같은 날은 원래 집에서 보내야 되잖아?” “아휴, 또 고리타분한 소리 한다..
27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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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분희는 고맙게도 짝까지 선물하고 갔다. 분희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한 칸씩 자리 이동을 한 결과 혜란에게도 짝이 생긴 것이다. 짝은 공교롭게도 정아였다. 복학한 첫날 말을 걸었다가 무안을 당하고도 정아는 꾸준히 혜란에게 관심을 보여 왔었다. “넌 꼭 책에 굶주린 ..
26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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