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은 파킨슨 투병 5년차로 일년에 한번씩 인지기능검사를 해야 한다.
작년부터 검사를 했는데 작년에 한 검사는 기억력이 일반인도 이렇게 나오기 어려운 최고라고 했었고 올해 초에 한 검사에서도 작년보다 미세하게 더 좋은 점수가 나왔다면서 담당 의사샘이 신기해 하셨다.
검사 때마다 정신 바짝 차리고 하나라도 더 맞추려고 애쓴 결과다.
그럼 뭐하나?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깜빡깜빡하기 일수고 뭘 기억해내려면 한참 걸린다.
한달 전쯤 서랍을 뒤지다가 오래된 통장들을 버리려고 보니 뒷면이 말짱한 게 있었다.
8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월급이 들어오던 통장인데 국민은행 창구가 하도 번잡해서 퇴사후 거의 인출하고 방치한 통장이었다.
혹시 몰라서 은행에 가서 찍어보니 십여만원이 들어있었다.
퇴사 후 생일축하금이 입금된 걸 모르고 있었던 거다.
인출하려니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해서 은행업무시간에 다시 가려고 집에 두었다.
오늘 그 통장을 찾으니 안 보인다.
뒀을 만한 곳은 다 뒤져도 없다.
분명 어딘가 잘 두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안 난다.
그럴 때는 이사를 가면 이삿짐 정리하다가 나오기도 하는데 앞으로 몇년간 이사계획이 전혀 없으므로 난감하다.
큰돈도 아니고 차차 해결해도 되지만 앞으로 이런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니 걱정이다.
큰아들은 엄마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공통상식이 필요하다고 도서관에서 책을 두 권 빌려와서 읽으라고 했다.
그 후 수시로 질문을 한다.
갑자기 수학문제도 낸다.
바로 답을 해야 좋아한다.
노모가 하루라도 더 맑은 정신으로 요양시설에 늦게 가기를 바라는 차원에서란다.
몇년째 노인기관 일에 관여하고 있는데 회계업무도 하고 정기적으로 보고서 작성을 해야해서 이제 그만두고 싶은데 마땅한 후임자를 못 구해서 올해도 맡았다.
연초마다 올 한해도 무탈하게 임무완수 하기를 기도한다.
귀찮은 일이지만 내 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버티는 중이다.
꾸준한 체력단련으로 걸음걸이도 거의 정상화되었고 왼손떨림만 있는데 아직까지는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다.
봉사활동 덕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