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반
지원이의 보물 1호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였다. 매일 아침 누구보다 일찍 등교하면서도 머리 감는 건 빼먹지 않아서 머릿결에선 늘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탐스런 머리칼을 출렁이며 걸어가는 지원이의 뒤태는 아리따웠다. 수업 시간이나 남아서 공부할 때는 흘러내리지..
47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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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4월 중순이 되자 운동장의 벚나무들이 일제히 몽우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하지만 낮 시간에는 제법 햇살이 따사로웠고 바람도 부드러웠다. 정아는 수시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혜란의 마음도 괜스레 싱숭생숭해졌지만 더는 휩쓸릴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46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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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부기 2급 합격자 발표가 났다. 혜란은 총알같이 게시판 앞으로 달려갔다. 16절지 크기의 공고문 앞에는 이미 수많은 머리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혜란은 일단 뒤쪽으로 물러나 심호흡부터 했다. 붙은 아이들의 환호와 떨어진 아이들의 탄식이 뒤섞여 시끌벅적하던 게시판 ..
45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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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졸업반 드디어 졸업반이 되었다. 3학년 담임은 놀랍게도 임 선생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던 첫날, 임 선생이 교실 앞문으로 쓱 들어올 때만 해도 혜란은 설마 했다. 새 담임한테 무슨 일이 생겨 임시로 들어온 것이려니 했다. “우리, 일 년 동안 잘해 보..
44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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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새해가 밝았다. 혜란은 죽은 듯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운동도 중단했다. 시험 기간에도 기를 쓰고 다녔었지만 이젠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엄마의 부업을 돕거나 집안일을 할 때 말고는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방구석에 처박혀 도 닦..
43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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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혜란의 인내심은 겨울방학 전날 한계에 다다랐다. 이대로 아무 소식도 못 들은 채 방학에 들어갈 순 없다는 생각에 다급해진 혜란은 1교시가 끝나자마자 3학년 교실이 있는 4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혜란은 교실 뒷문을 빼꼼 열고 안을 살펴보았다. 소정이는 창가 쪽 맨 뒷..
42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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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마침내 주산 2급 자격증이 혜란의 손에 들어왔다. 혜란은 대한상공회의소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그것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깟 종이 한 장 받자고 지금껏 고생했나 싶어 억울하면서도, 이제 더는 주산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니 날아갈 듯 홀가분했다. 혜란은 ..
41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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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11월로 접어들었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졌다. 날이 추워지면 운동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혜란도 자칫 느슨해질까 봐 바짝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인적이 드문 새벽길을 걷는다는 건 항상 긴장과 두려움이 따르는 일이었다. 그런 혜란에게 위로가..
40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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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점점 가을이 깊어갔다. 혜란은 가을이 되면서 부쩍 G대 출입이 잦아졌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정아와 의기투합이 되면 지체 없이 가방을 싸곤 했다. 놀랍게도 지원이도 가끔 그 땡땡이에 합류했다. G대는 가을 풍경이 특히 아름다웠다. 검붉은 건물 외벽에 붉게 물..
39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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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정아는 방학 끝나기 전에 하다못해 개울에 발이라도 한번 담가야 되는 거 아니냐며 끈질기게 전화를 해댔지만 혜란은 번번이 거절했다. 다 귀찮기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거절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전화를 하는 걸 보면 정아도 참 대단했다. 한번은 또 전화벨이 울리기에 당연..
38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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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중간고사 이후 다시 기말고사를 맞이하기까지 혜란은 쭉 무기력증에 시달려야 했다. 여전히 방과 후에 남기는 했지만 멍하니 넋 놓고 있기 일쑤였다. 공부가 안 되면 차라리 책이라도 읽으면 될 텐데 이상하게 그것도 시들해져 버렸다. 의욕이 꺾인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
37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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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학년
도서관에 남아 공부를 하려니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첫째, 배가 너무 고팠다. 점심을 싸와도 그 시간이면 항상 허기가 지는데, 혜란은 안 싸오는 날이 더 많았다. 지원이는 집이 학교 근처라 수업이 끝나면 일단 집에 가서 밥부터 먹고 왔다.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
36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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