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동안
일을 마치고 잡지사를 나서기 위해 화장실에 들른 우희는, 거울 속에 들여다보이는 자신의 얼굴과 몸매를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화장 안한 맨 얼굴. 평범하게 수수한 얼굴. 작은 키에 왜소한 체구. 얌전해 보이는 여자다움. 아무도 관심을 줄 것 같지 않은 외모덕분에, 오히려..
23편|작가: hl1lth
조회수: 816
바람 부는 동안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상덕은 보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감사합니다. 사랑입기 입니다." 전화기를 타고 약간은 허스키한 여자의 목소리가 상덕에게 아는 체를 했다. 아~ 몇일 전 출판사에서 나왔던 그 여자. 사람의 목소리를 담박에 알아..
22편|작가: hl1lth
조회수: 927
바람 부는 동안
상덕은 지금 공장과 붙어있는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출판사에서 자신의 일을 취재하러 나올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 손님은 그동안 자신이 키우고 꿈꿔온 패션에 대한 주관과 나만의 생각들을 듣고 싶어 할 것이었다. 나름대로의 셈풀과 설명을 위한 자료들을 준비하며..
21편|작가: hl1lth
조회수: 1,028
바람 부는 동안
신혼여행에서 돌아 온 미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덧이 시작되었고 식을 올린지 11개월이 지난 후엔 아들을 낳았다. 허니문 베이비였던 것이다. 작고 앙증맞은 조그마한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둘의 모습을 함께 발견해 내며 놀라움과 신비함으로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둘은 어느..
20편|작가: hl1lth
조회수: 843
바람 부는 동안
결혼하던 날, 미순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말로는 부족 할 만큼 우아하고 품위 있고 사랑스러웠다. 하얀 공단이 길고 멋스럽게 뒤로 퍼져 내리고 높이 올린 머리에 올려진 조그마한 왕관이 그녀를 황녀처럼 보이게 했고 뒤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하얀 면사포는 그녀를 신비하게 보..
19편|작가: hl1lth
조회수: 713
바람 부는 동안
병실에서 미순인 커튼 사이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금으로 물결치던 단풍잎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에 잎사귀들이 애처롭게 흔들리고 스산한 바람이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났다. 아주 오래 전 생각이. . ...
18편|작가: hl1lth
조회수: 834
바람 부는 동안
사람이 변해도 그렇게 변할 수가 있는 걸까? 미순인 그 사람이 자기 남편이 아닌 것 같다고 했어. 말투도, 사고 방식도, 눈빛까지도 그 여자를 닮아 가는 것 같다고 했지. 자신을 배신하고 딴 여자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있긴 해도 그렇게 모진 남자는 아니었는데 정말 몸서리..
17편|작가: hl1lth
조회수: 766
바람 부는 동안
파주의 낮으막한 야산에 자리잡고 있는 아버지의 묘소에서 봉순 은 울고 있었다. 아버지가 너무나 그리워서 주체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도 봉순 을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아버지이건만 봉순은 아버지에게 곰살 맞거나 따듯하게 대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았..
16편|작가: hl1lth
조회수: 794
바람 부는 동안
우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외도로 어머니가 겪는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며 남자에 대한 불신과 경멸을 키우며 커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들의 사랑을 믿는 여자들을 멸시했어요. 우희의 어머니는 남편의 외도를 괴로워하면서도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런분이었데요. 그런 어..
15편|작가: hl1lth
조회수: 821
바람 부는 동안
철우는 사건이 난 일산 현장에 도착해 갈대밭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현장 주변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이 곳에서 살인이 일어 난 것 같지는 않았다. 타 지역에서 이미 살해하여 이곳으로 옮겨다 놓은 것은 아닐까. . . 그렇지 않다면 모든 상황이 그렇듯 정갈 할 수가 없..
14편|작가: hl1lth
조회수: 766
바람 부는 동안
마른 나뭇잎들이 차바퀴 밑으로 흩어지며 가볍게 날고 그 위를 밟고 차가 섰다. 운전석 옆자리의 문이 열리자 늘씬한 다리에 가는 발목을 갖은 여자의 발이 하이힐을 신고 땅을 밟으며 내려서고 있었다. 잠시후, 차의 시동이 꺼지고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투박한 랜드로바 에..
13편|작가: hl1lth
조회수: 752
바람 부는 동안
이른 새벽 수영장에 도착한 봉순 인 탈의실로 들어섰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탈의실에 여럿 있었다. 옷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전 봉순 인 샤워기 앞에서 타월에 비누칠을 하여 온몸을 문질렀다. 하얀 비누 거품이 부드럽게 봉순 의 맨살 위를 흘..
12편|작가: hl1lth
조회수: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