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반대로 만나야 잘 산다는데 달라도 너무나 다른 남편과 살자니 속에서 천불이 나려고 한다.
내 감정을 드러내면 바로 이혼숙려캠프에 출연해야 할 정도로 난장이 날 수도 있으므로 나 혼자 속으로 도를 닦는다.
나는 뭐든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고 약속시간에 늦지않기 위해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삼십분 정도 미리 출발하는 편인데 남편은 허구헌날 약속시간에 늦는 여동생과 비슷해서 나를 조바심내게 한다.
세금이나 고지서가 나오면 통보 받는 즉시 내는 나와 달리 기한날짜가 휴일이면 하루 지난 날 평일에 남편은 낸다.
하루라도 더 버티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나이들어 기억력이 쇠퇴하니 깜빡하기도 해서 과태료를 물기도 한다.
신혼 초 쌀도 내맘대로 못 사고 사주는대로 먹었는데 쌀통이 비어야 쌀을 사왔다.
이따금 저녁 지을 쌀이 없으면 옆집에 가서 꿔다가 밥을 했다.
현금 사십만원을 찾아오라길래 십만원짜리 수표 넉장을 수수료 이백원 내고 찾아다 줬다가 쫒겨날 뻔했다.
나는 혹시 현금은 분실할 수도 있으니 수표로 찾아다 준 거였는데 이백원이면 전화를 네 통이나 걸 수 있고 하루종일 땅을 파 봐라 백원이 나오냐? 하면서 물정 모르는 등신취급을 했다.
어쩌다 밥솥이라도 내 마음대로 샀다가는 그 밥솥이 고장나서 집 밖으로 폐기될 때까지 잘못 샀다고 잔소리를 하길래 그 후 내 손으로는 아무것도 안 샀다.
이번에 회사에서 중국으로 삼박사일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새벽 다섯시반에 나가야한다는 사람이 전날밤 열시가 되어서야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미 싸놓았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다.
짐을 싸면서 별걸 다 찾는다.
물건 찾기 힘든 우리집에서 이것저것 찾아주면서 줄불이 나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짐을 다 싸놓고 그제서야 입고갈 양복도 입어보고 넥타이도 이것저것 바꿔보느라 자정을 넘겨서 잠들었다.
나는 그바람에 새벽에 나가는 줄도 모르고 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삼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 때 모든 가전제품은 같이 가서 사고 가구는 남편 몰래 큰아들과 가서 남편 침대만 빼고 내 돈으로 내맘대로 구입했다.
최근에는 남편도 소비하는 재미를 붙여서 외식도 잘하고 물건도 좋은 것으로 척척 사줘서 숨통이 트였는데 메롱거리는 습관은 아직 그대로라 이따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