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던 날,
미순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말로는 부족 할 만큼 우아하고 품위 있고 사랑스러웠다. 하
얀 공단이 길고 멋스럽게 뒤로 퍼져 내리고 높이 올린 머리에 올려진 조그마한 왕관이 그녀
를 황녀처럼 보이게 했고 뒤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하얀 면사포는 그녀를 신비하게 보이게
했다. 날아 갈 듯한 그녀의 미소에 신랑은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그녀 옆에
서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당당해 보였다.
결혼 전날 미순의 아버지는 딸의 출가를 친정 어머님보다도 더 대견해 하면서도 섭섭해 하
셨는데 유난히 마음이 고운 미순이를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이 컸었던 탓이기도 했지만 어쩐
지 딸의 평생을 함께 할 사위에 대한 믿음이 조심스러운 탓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막무가내
결혼을 고집하는 두 사람의 의지를 꺽을 수 없게되자 미순이 아버지는 두 사람의 결혼을 허
락하였다.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한 미순이가 고생 안하고 남편 사랑 받으며 제발 잘 살
아야 할 텐데 하는 심정으로 두 사람이 원하는 일이었기에 그들의 결혼을 허락하기로 한 것
이었다.
당장 살림집 차릴 돈도 없는 사위인지라 혼수비용을 집 얻는 비용으로 대신하고 두 사람에
게 금반지 한 돈씩을 결혼 예물로 증표로 나누게 한 조촐한 결혼식이 치뤄 지고, 친구들의
축하 선물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게된 두 사람은, 비행장으로 가기 전 그들의 사랑을 키
워 온 남산을 들렸었다. 하얀 장미꽃 부케가 알록알록 사탕부케로 바뀌어져 미순의 손에 들
려지고, 하얀 드레스를 벗고 신랑의 양복차림에 어울리는 미색의 정장 차림을 한 미순은 환
한 순백의 박꽃처럼 아름다웠다.
처음 키스를 나누었던 그 장소에서부터 길목과 벤취, 그리고 나무밑과 분수대 등을 떠오르
는 사연과 함께 추억에 잠겨 친구들과 함께 돌아 본 그들은,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미래 앞
에 성실 할 것을 다짐하고, 이제 저녁이 되어도 헤어지지 않고 두 사람이 아침을 함께 맞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들뜨고 설레 이는 마음으로 두 사람의 출발을 축하하는 봉순과
친구들의 환송을 받으며 신혼여행 길에 올랐다. 처음 타는 비행기라 혹시라도 하늘에서 떨
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잠시뿐, 다른 신혼여행객들과 함께 두 사람이 제주도에
도착 한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였다.
공항에 도착해 호텔 측에서 보내온 셔틀버스를 타고 바닷가에 자리잡은 아늑하고 깨끗한 호
텔로 들어섰을 때 두 사람은 마치 외국에라도 온 듯한 낯설고 이국적인 환경에 잠시 놀랐지
만 이내 제주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고 여장을 풀고 바닷가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
으며 와인 한 잔을 러브샷 이라는 형식으로 축배를 드는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었다.
아름다운 밤, 별이 쏱아져 부을 듯한 하늘을 바라보며 해변에 작은 바위섬에 앉은 둘은 하
얀 물거품을 싣고 쓸려왔다, 쓸려가는 파도의 움직임과 파도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자신의
보호자가 되어 자신을 지켜주고 끌어주고 사랑해줄 온전한 자신만의 남자인 남편의 품에 기
대고,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하고 따라줄 온전한 자신의 아내를 품에 품으며 따듯함으로 하
나가 되어 앉아 있던 두 사람의 얼굴에선 호텔로 걸어오는 길 내내 행복함으로 미소가 떠나
질 않았다.
막상 호텔 안으로 들어서 자신들의 룸으로 들어서는 순간의 어색함은 뭔가 쑥스러우면서도
서먹하긴 했어도 당당하게 부부로서 한방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둘을 더욱 가슴 벅차고 자신
있게 만들었다. 방안에 들어서자 상덕 은 자신의 아내가 된 미순을 다시 한 번 품안으로 끌
어안으며 어렵고 불우한 환경이나 조건, 자신의 까다로운 성품이나 자질 등을 탓하거나 의
심하지 않고 오로지 사랑하나로 믿고 따라 와준 이 여자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리
라 다짐하면서 지난날 토큰100개를 자신의 호주머니에 몰래 넣어주던 그날의 따듯하고 사랑
스러웠던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아직 한번도 그녀의 벗은 몸을 볼 수 없었던 상덕 은 천천히 그녀의 옷가지를 벗겨 내리며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안고 욕실로 들어가 그녀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몸에 미끄러지듯 흘러
내리는 물방울을 잡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만졌다. 길고 검은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
르 떨리고 긴장감으로 팽팽해진 그녀의 몸은 이제 여자가 되기 위해 상덕 의 손길에 순종하
며 부끄러움으로 상기되어 하얀 피부가 복숭아 빛으로 상기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