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동안
마른 나뭇잎들이 차바퀴 밑으로 흩어지며 가볍게 날고 그 위를 밟고 차가 섰다. 운전석 옆자리의 문이 열리자 늘씬한 다리에 가는 발목을 갖은 여자의 발이 하이힐을 신고 땅을 밟으며 내려서고 있었다. 잠시후, 차의 시동이 꺼지고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투박한 랜드로바 에..
13편|작가: hl1lth
조회수: 752
바람 부는 동안
이른 새벽 수영장에 도착한 봉순 인 탈의실로 들어섰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탈의실에 여럿 있었다. 옷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전 봉순 인 샤워기 앞에서 타월에 비누칠을 하여 온몸을 문질렀다. 하얀 비누 거품이 부드럽게 봉순 의 맨살 위를 흘..
12편|작가: hl1lth
조회수: 1,020
바람 부는 동안
"김 반장님!" 철우 는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서로 들어가다가 마침 먼저 서를 향해 걷고 있던 김 반장을 부르며 급하게 그 쪽으로 뛰었다. "어이! 손 반장이군!, 병원에서 오는 길인가?" "네, 일찍 나오셨습니다. 어젠 잠복 근무가 없으셨던 모양입니다." "어, 모..
11편|작가: hl1lth
조회수: 898
바람 부는 동안
봉순 과 통화를 마친 미순 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비척거리며 공중전화 박스에서 나와 길 건너편에 보이는 경찰서 건물을 바라보는 미순 의 눈은 공포감으로 거의 절망적이었다. 가냘픈 손이 파르르 떨리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
10편|작가: hl1lth
조회수: 713
바람부는 동안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웬지 사치스럽게 느껴져 봉순 인 늘 시장을 이용하곤 하지만, 올케들 생일만큼은 봉순인 백화점으로 갔다. 그만큼 올케들을 챙겨 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봉순 인 큰 올케의 생일엔 둘째 올케의 선물까지 똑 같은 것으로 함께 준비하고, 둘째 올케의..
9편|작가: hl1lth
조회수: 754
바람 부는 동안
이리저리 버스가 흔들거리며 달리고 있고, 사람들 틈에 끼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지쳐 있는 봉순인, 멀치감치 매달린 손잡이를 손가락 두개로 간신히 잡고 매달려, 공중에 떠있듯 사람들 틈에 꼭 껴 있었다. 손잡이 쪽으로 다가서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써 보지만 겨..
8편|작가: hl1lth
조회수: 829
동무야
겨울 방학이 되었다. 이번 겨울이 지나고 봄이오면 봉순인 중학생이 될 터였다.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 예전처럼 시험을 보지 않아도 학교를 배정 받게 되기 때문에, 봉순 이와 아이들은 마냥 태평스러웠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봉순인 하얀 칼라를 빳빳하게 풀 먹인 에라를 단..
7편|작가: hl1lth
조회수: 827
동무야
"미순아, 빨래하러 가자" 봉순이 미순이 집 앞으로 와 미순일 불렀다. 미리 약속이 돼 있었던 모양으로 봉순이 부르자마자 미순은 빨래가 든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대문을 나섰다. 둘은 개울가로 걸음을 옮기며 각자의 머리 위에 이어진 빨래의 양을 살핀다. "미순아, 너 오..
6편|작가: hl1lth
조회수: 770
동무야
"쉿! 조용히 해!" 밭 두렁 가까이 에 봉순, 미순, 영희, 철우, 학표가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다. 저쪽에선 미자가 망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어, 빨리 해!" 미자가 나즈막한 소리로 아이들을 향해 소곤거리며 손으로 무언가를 빨리 하라 재촉한다. 먼저 학표 가..
5편|작가: hl1lth
조회수: 835
동무야
"현섭 이 어딨니?" "언니, 나 여기 있어." 7살 된 남동생 현섭 은 봉순에게 늘 언니라 불렀다. 암만 누나라고 가르쳐도 그 당시뿐, 조금만 지나면 다시 언니라고 부른다.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니 등에는 막 돌이 지난 막내 현식 이를 등에 업고 한켠에 네 살 박이 여..
4편|작가: hl1lth
조회수: 714
동무야
시장에 다녀온 봉순이 엄마가 부엌으로 들어서며 봉순일 찿는다. "봉순아,~" 막내 동생인 현식을 등에 업고 흔들거리며 만화책을 보고있던 봉순이가, 아쉽게 책을 손에서 놓으며 "왜요?" 하고는 방문을 열고 부엌 쪽으로 온다. "현식이 내려놓고 아래 우물에서 ..
3편|작가: hl1lth
조회수: 858
동무야
점심시간이면 의례껏 봉순이와 미순이, 봉순이 짝꿍 철우, 그리고 미자와 영희는 답답한 교실에서 나와 모두 도시락을 들고 운동장 뒷 켠에 있는 벗지 나무 그늘로 모여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고무줄 놀이와 다방구 놀이를 하곤 하였지만, 오늘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모두들 봉순..
2편|작가: hl1lth
조회수: 1,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