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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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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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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동안


BY hl1lth 2001-03-30

이른 새벽 수영장에 도착한 봉순 인 탈의실로 들어섰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탈의실에 여럿 있었다.
옷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전 봉순 인 샤워기 앞에서 타월에 비누칠을 하여 온몸을 문
질렀다. 하얀 비누 거품이 부드럽게 봉순 의 맨살 위를 흘러내리고 봉순 의 젖은 머리카락
에선 물방울이 흘러 내렸다. 샤워 꼭지를 트니 미지근한 물이 쏱아져 내리고 봉순 인 천천
히 비누기를 닦아 내렸다.

젖은 몸 위로 수영복을 입은 봉순 인 세면도구를 옷장 안에 넣어두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
섰다. 물 냄새가 비릿하게 나는  넓은 풀 안에선, 먼저 온 사람들이 물위를 오가고 있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봉순인 풀 가장자리에 있는 사다리로 가 천천히 발끝부터 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여 가슴까지 물이 차 오르자, 얼굴까지 풍덩 물 속에 잠겼다 떠올리
며 얼굴에 흐르는 물기를 손으로 닦아 내곤, 이내 자유형으로 풀 저쪽으로 헤엄치기 시작했
다. 미끄러지듯 봉순 의 몸을 지나가는 물살들이 상쾌하다고 느끼며 봉순 인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속도를 빨리 하기 시작했다.

물위에 몸을 맡기고 다리로 물을 차고 쭉쭉 팔을 뻗어 물살을 가르며 풀 끝에 닿았는가 싶
더니만 봉순 인 물 속에서 다시 턴하여 처음 자리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꽤 긴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봉순 인 지치는 기색 없이 서너 바퀴를 턴하고 다시 턴하며 지칠 때까지 계속 헤
엄쳤다. 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풀 장 밖으로 나온 봉순 인 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채, 사람들이 수
영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쪽에서 수영 수강을 같이 시작했던 동료 한 분이 버터
플라이로 수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십이 넘은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활기차게 수영
을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봉순 인 다시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버터플라이 영법 으로 양팔을 날개 짓 하듯 요염하게 움직이며 허리를 물 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봉순 의 모습은 우아했다. 군살이라곤 하나도 없이 매끄러운 체형에 속살이, 희고
탄력 있어 보이는 피부를 지닌 봉순의 쭉 뻩은 매끄러운 두 다리가 물 속에서 움직일 때마
다, 몸을 휘감아 돌아드는 물살이 부럽다고 느낄 만큼 봉순의 몸은 아름다웠다. 오십 분 수
영 시간이 지나고 10분간 휴식임을 알리는 종소리가 풀 안에 울려 퍼지자 봉순 인 지친 듯
물 속에서 나와 샤워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볍게 아침 운동을 마치고 샴푸로 머리를
감고, 비누칠로 온 몸을 씻어 내리고 샤워 꼭지에서 쏱아 지는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는 기
분이란 말 할 수 없이 상쾌했다.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고 머리의 물방울을 털어 내며 탈의실로 들어선 봉순 인 레이스가 예
쁜 속옷을 입고 드라이로 머리를 말렸다. 간단하게 머리 손질을 마치자 핸드백에서 화장품
을 꺼내 스킨과 로숀을 바른 후 그 위에 에센스와 영양크림을 바르고 메이크업 베이스로 얼
굴을 두드리듯 펴 바른 뒤 물 화운데이션을 살짝 얼굴에 발랐다. 다시 분으로 정성스레 마
무리하고는 눈 화장과 입술, 그리고 볼 화장을 마친 봉순 이는 자신의 얼굴을 거울 속에서
바라 본 후 옷을 꺼내 입었다. 수영복을 탈수기에 짜서 수영가방에 따로 넣은 후
봉순 인 자신의 차를 몰았다.

여늬때처럼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한 봉순 의 책상 위엔 뜻밖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손 철우 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있었던 것이다.
손 철우? 그 사람이. . .
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았을까 손가락 사이로 집어든 메모지 를 바라보며 봉순 인 중얼거렸
다. 섬세하게 손가락이 떨리고 봉순 인 메모지 에 적힌 전화번호로 다이얼을 돌렸다.
전화벨이 울리자 굵직하고 시원스런 목소리가 대답을 한다.
"강력계 손 철우 반장입니다,"
조그맣게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봉순 이 말문을 열었다.

"저, 전화했었어? 나야."
"어, 봉순 이. . . 오랫만이야"
"어, 무슨일이야. . .그런데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지?"
항상 내 연락처는 알고 있었어. 다만 연락 할 수 없었을 뿐이지 속으로 생각하며 철우 가
대답한다.
" 미순 이 통해서 알았어. 사실은 미순 에게 문제가 좀 생겼거든, 너와 이야기하면 뭔가 가
닥이 잡힐 듯도 하구. . 도움을 좀 받을까 해서 전화했지. 미순이 하고 친한 사람을 너밖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 ."
"그런데 미순이 왜 나에게 연락을 안하고 너에게 연락한 거야?"
"전화로는 좀 곤란하고, 이야기가 좀 길어질 듯 싶으니까 이따 퇴근 후에 시간 좀 내 줄 수
있겠니?"
"무슨 일인데?"
"좋지 않은 일이야. 이따 8시쯤이 좋겠는데, 장소는 네가 정해"
"그럼, 우리 자주 만나던 광화문 사거리 그 다방 알지?  이따 거기서 8시에 만나"
"알았어"
수화기를 내려놓는 철우 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었는데. . .
전화 수화기를 놓은 봉순 인 봉순이 대로 가볍게 흥분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 .
그나저나 미순 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봉순 인 미순 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집엔 아
무도 없는 듯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퇴근 후 한 건물 안의 다방으로 들어간 봉순인 먼저 와서 기다리는 철우 에게 다가섰다.
"일찍 왔니?"
"아니, 금방 왔어 어서 와"
엉거주춤 일어서며 봉순 이가 먼저 자리에 앉자 철우 가 따라 앉는다.
"오랫만이네,"
철우 가 봉순 의 얼굴에 시선을 꽃은 채 먼저 입을 열었다.
"잘 지내지?"
봉순 이 어색하게 웃는다.

"응, 넌, 하나도 변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구나."
"넌 많이 씩씩해 진 것 같아 보기 좋아, 그런데 미순 에게 무슨 일이 생겼니?"
"미순 이 지금 병원에 있어,"
"병원에?"
"응, 병원에. . 몇 일 전에 내가 일하는 경찰서로 미순이 찿아 왔었어. 내가 그 곳에서 근무
하는 것을 알고 찿아 왔던 것 같지는 않고, 우연이었던 것 같은데. . .  내 얼굴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병원에 입원 시켰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
이 부분 기억 상실증이래"

"뭐라고?"
"옛날 기억은 다 하는데 근 일년에서 이년 전 사이의 기억만 하지 못 하고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몇일 전 만해도 나하고 통화 했었는데. . ."
봉순은 몇일전 미순에게서 걸려 왔던 전화의 내용을 생각하며 철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미순이가  자기의 남편을 죽였다고 했어. 게다가 남편은 몇 일 전 일산에서 변사체로 묘
령의 여자와 함께 발견되었구"
봉순 인 너무도 엄청난 철우의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를 몰랐다.
"말도 안돼, 그런 일이 . . . , 뭔가 잘 못 되었을꺼야. 미순 이 남편 때문에 힘들어 하긴 했
어도 그런 일을 저지르기엔 애가 너무 착해. 그럴 리가 없다구!"
"좀, 자세히 이야기 해 줄 수 있겠니?
현재로선 미순의 진술을 기대하긴 어렵고, 사건을 해결하고 미순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찿
으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봉순인 놀라움과 긴장감으로  손가락 끝이 부르르 떨려옴을 느꼈다.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도와야겠지. 그런데, 우선 미순일 만나 봐야겠어. 병원이 어디야?"
"진정해, 우선 차 한잔 마시고 일어서자."
봉순 을 바라보는 철우의 눈이 안스러웠고 봉순은 너무나 놀라 아무 생각이 없는 듯 보였
다. 차를 마시는둥 마는둥, 자리에서 일어선 봉순 은 거리로 뛰어 나서고, 그 뒤를 따라나선
철우가 봉순을 진정시키며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차안에서 내내 말이 없던 두 사람 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미순 이 봉순 을 반갑게 맞
았다.
"봉순아!"
"미순아, 너, 괞챦니?"
"아,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봉순 을 보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가워하던 미순 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어떻게 된 일이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봉순의 물음에 미순은 오히려 자신이 더 모르겠다는 듯,
"봉순 아, 애 아빠한테 연락이 안돼, 그리고 집엔 전화도 안돼. 도데체 모두가 엉망이야."
"미순 아 도데체, 넌 왜 병원에 오게 된 거니?"
"그게, 나도 모르겠어. 생각이 나질 않아, 내가 경찰서에 갔다가 철우를 보고 기절했다던데
무슨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구"
"정말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야?"
고개를 흔들던 미순이가 봉순을 올려다보며 다시 물었다.
"봉순아, 지금이 2000년이라는 것이 맞는 거니? 난 1998년 여름으로 알고 있는데, 밖엔 벌써
단풍이 지고, 정말 너무 혼란스러워."
미순 의 말을 들은 봉순 은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철우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