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외도로 어머니가 겪는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며 남자에 대한 불신과 경멸을 키우며 커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들의 사랑을 믿는 여자들을 멸시했어요. 우희의 어머니는 남편의 외도를 괴로워하면서도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런분이었데요. 그런 어머니를 우희는 답답해했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우희는 아버지에게 보란 듯이 남자들을 정복하고 다녔어요. 그리고 절규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아버지에게 흘리듯 애기하곤 했죠 마치,
"아버지 자, 보세요. 아버지가 그토록 멸시하던 어머니가 당신에게 얼마나 큰사랑을 주고 있
었던 것인가를, 다른 여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남자와 상대 여자에게 어찌 하는가를. . . 자,
똑똑히 보세요. 과연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멸시 당하고 짓밟힐 그런 하챦은 사람이었나, 분
명히 비교해서 느껴보세요.' 라고 외치는 것 같았죠.
결국 우희의 아버진 자신이 우희의 어머니에게 주었던 많은 상처들을 속죄하며 우희에게 용
서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희의 아버지는 어느 날 대들보에 목을 매고 자살했
어요. 유서에 우희에게 진정한 사랑을 찿아 꼭 행복 하라고 써 놓았지만 우희는 그날 이후
점점 더 많은 가정을 깨트리는 데 몰두했지요. 옆에서 보기가 섬뜩할 정도로 무서웠어요.
하지만 말릴 수도 없었어요. 어쨌든 그건 개인적인 일이니까요. 많은 부인들 가운데 김 상덕
씨 와이프는 정말 우희의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했어요. 상처를 주면 줄수록 자신은 아퍼
하면서도 남편을 더욱 더 사랑했으니까요. 아마 우희는 김 상덕씨 와이프가 남편을 거부하
고 새출발 하게 되길 속으로 바랬던 것 같아요. 우희 엄마의 모습으로 남길 바라지 않았던
거죠. 상처를 주고 있으면서도 행복하기를 바랬다는 것이 좀 우습긴 하지만, 엄마와 너무도
하는 모양이 같은 그 여자가 남편으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엄마가 거부했
던 삶을 누리게 되길 바랬던 거라고 생각돼요.
남편의 거짓된 사랑을 알게 하려고 우희가 김 상덕씨로 하여금 그 부인에게 무척 못된 짓을
많이 하게끔 유도했고, 우희의 뜻에 따라 알게 모르게 조정된 김 상덕씨는 부인에게 못할
짓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참 바보 같은 남자죠. 죽어도 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우희
는 피골이 상접한다는 말이 실감나리만큼 고통이 심했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남편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그녀의 사랑을 증오했어요. 부인이 그러면 그럴수록 부인을 꺽겠단
생각으로 우희는 병적으로 김 상덕씨를 더욱 사로잡으려 애썼고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과 이
중으로 만나면서 김 상덕씨를 속으로 조롱하고 경멸 했었죠.
어쨌든 우희의 또 다른 상대는 인터뷰하러 갔다가 만난 성공한 성형외과 의사였는데 성공하
기까지 부인의 내조가 극진했던 잉꼬부부였죠. 부인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우희는 그 사람
을 타켓으로 삶았다고 했어요. 너무 부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여서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
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너무도 쉽게 우희의 유혹을 받아들이고 우희와 즐기려했죠. 여지껏
너무도 희생적으로 봉사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부인의 내조를 말 할수 없는 구속과 간
섭이었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휴~ 허공을 응시하며 담배 연기를 내뱉은 여자는, 담배불을 재털이에 비벼끄고 앞에 놓인
물컵을 집어들었다. 천천히 한잔을 다 들이키고 나자, 여자는 다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정말 세상엔 덜 떨어진 인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의 손에 이미 쥐고 있는 보석의 가치
를 몰라보고 하잘 것 없는 것에 눈독을 들이니까요. 어쨌든 그 성형외과 의사의 부인도 얼
마 가지 않아 남편의 외도를 알게되었고, 남편에게 쏱아 부었던 사랑과 열정만큼 분노했어
요. 어떤 여자들은 상대 여자를 욕하고, 싸우고, 때리며 자신의 분노를 상대방에게 쏱아 내
면서도 정작 다그쳐야 할 남편은 가만 놔두는 경우가 있죠. 그건 어쨌든 그 남편과 살아야
한다면,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은 피하자는 계산이 깔린거죠. 이기적이고
원초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남편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려는 최후의 몸짓 같은 거예요. 남편
을 잃게 될까봐 내지르는 두려움 같은 것일 지도 모르지만요.
어쨌든 그런 일을 하는 여자들은 차라리 우희 같은 입장의 여자들에겐 참, 사람 좋은거예요.
성형외과의 의사 부인, 그 여잔 침묵하면서 조용히 행동으로 복수했거든요. 남편과 부정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찍어서 남편의 직장과 주변사람들, 그리고 우희의 주변사람들과 직원들
각자에게 소포로 보내 알리고, 우희의 집 근처엔 포스터를 만들어 곳곳에 붙여 놓았죠. 우희
도 아마 그런 부인을 상대하게 될 줄은 몰랐을 거예요.
그래도 우희는 사무실에 출근했고 동네에서 이사하지도 않았죠. 허지만 오래 견디지는 못했
어요.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가 곱지 못했거든요. 결국 일년을 버티다가 사무실을 그만두고
집안에서 틀어 박혀 있었죠. 그 때까지도 김상덕씨나 우희의 약혼자는 우희가 그런 아이인
줄 몰랐어요. 참, 그 약혼자. . . 지극정성으로 우희를 위했었는데. . . 다른남자들이 우희에
게 향하는 마음이 한 순간의 불장난 같은거라면, 그 남자의 사랑은 순결하고 거짓없는 진실
한 사랑이었어요. 우희는 그 사랑을 믿지 않았지만요."
"그런데 왜 결혼하려고 했나요?"
"우희는 그 남자가 너무도 자신에게 열중하자 장난이 하고 싶었던 것 뿐이예요. 물론 그 남
자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요. 어쨌든 우희의 부정을 알게된후, 그 남자는 깊은 상처 때문에
매일 술로 지샌다고 들었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철우가 그녀에게 물었다.
"의사 부부는 어떻게 됐나요?"
남편은 부인에게 전 재산을 내놓고 알몸으로 쫓겨나고 병원도 그만 뒀어요. 이혼도 해 주지
않아서 다른 여자와 새 출발은 생각도 못하고 있데요. 여자만 생겼다 싶으면 간통이니 어쩌
니 하며 떠들고 다녀 상대하던 여자들이 모두 줄행랑을 놓았으니까요.
아이들도 모두 아빠에게 돌아서서 아빠를 볼 생각도 않고 있다나 봐요. 그 남자, 아마 모르
긴 몰라도 곧 부랑아가 될 꺼예요. 아내를 배신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셈이지요. 그 의사
부인. . . 남편의 죄를 무섭게 응징하기는 했어도 그 남자를 가슴 깊이 얼마만큼 사랑했었을
까는 그 여자의 분노의 크기로 짐작이 가요. 사랑했던 만큼 증오도 깊어서 더욱 독하게 굴
었을 테니까요.
남자가 용기를 내서 부인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아마도 그 부인 그 남자를 용서했
을지도 몰라요. 허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미 부인의 사랑이 자신에게서 떠났다고 생각하
거나 자신의 자존심에 너무 심한 상처를 준 그 여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자신의 단 한번의 외도가 여자들에겐 그 이상의 상처가 된 다는 것을 모르는 채 말이예요.
외도란 것이 얼마나 여자에게 큰 상처고 불행인지 형사님은 아시겠어요?
철우는 그 여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 할 수가 없었다.
오래 전 자신에게 받았을 봉순 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를 생각게 했기 때문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