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콩밭에 (1)
마음은 콩밭에 노인의 어깨는 활처럼 휘어 있었다. 이따금씩 후려치던 도리깨질 멈춘 채 헉헉 숨을 몰아쉰다. 마른 콩더미 서 너 번 두들겨 패다가 멈춰서기를 반복한다. 족히 팔순은 넘었으리라. 성성한 백발위에 검불 몇 가닥이 노인과 호흡을 맞대며 파들..
14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28|2009-10-31
땅 한 뙈기
땅 한 뙈기 익숙하게 들판을 더듬는다. 한파 몰아치는 겨울만 아니라면 온 산과 들이 전부 내 땅이다. 바야흐로 가을걷이가 한참인 것이다. 등기부에 이름 석 자 적히지 않았지만 내 것 인양 들락거린다. 가을로 접어들며 도토리와 밤을 모아왔다. 축..
14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98|2009-10-27
아직도 눈물이
아직도 눈물이 교육청 주최로 시내 근교 특수학교에서 부모교육이 있었다. 일반학교의 재학 중이지만, 장애아인 아들의 부모자격으로 참석했다. 귀가 따갑도록 장애아동 부모의 자세만 강조하며 되짚는 자리라면 가지 않았을 거다. 헌데, 평소 아들 녀석이 좋아하..
14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14|2009-10-22
곰치국
곰치국 ‘이거 한 그릇이면 될 거야!’ 묵은 김치 한포기 꺼내 담으며 혼잣말 해본다. 사나흘 밤새 앓던 남편의 감기를 곰치국으로 날려버리겠다는 심산이다. 나이를 먹는지 남편도 계절 바뀌는 틈새에 끼어 못견뎌한다. 예전 같으면 하루 만에 거뜬히 일어나곤 ..
14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077|2009-10-20
독백 - 피딱지
피딱지 아들녀석의 다리는 성한 곳이 없다. 더덕더덕 딱지투성이다. 아물만 하면 떼어내어 다시덧나기를반복한다. 여름 모기가 물고 간 흔적들이다. 점으로 시작된 상처가 지문크기만 하다. 선선해지는 가을 날에도 나는 아들의 피딱지를 닦는다. 제발 ..
14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35|2009-10-10
배꼽에 가다
배꼽에 가다 공부(?) 좀 한 후 골라보라며 복사물 한 묶음을 내민다. 맨 앞에 꼬불거리는 산맥과 하천이 표시된 지도까지 여러 장 붙어있다. 일박으로 떠날 작정이니 잘 검토 후 장소를 결정하라는 남편님의 배려이다. 기특한지고. 빼놓지 않고 봄가을마다..
13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620|2009-10-08
보물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
보물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 친정 바깥마당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니 낡은 나무대문이 지친 내 어깨만큼이나 삐걱거린다. 눈꺼풀이 내려앉을 듯 졸음이 쏟아진다. 금방이라도 고꾸라져 잠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다.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반기는 부모님 앞에 응석인양 콧..
13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649|2009-10-06
님은 먼 곳에
님은 먼 곳에 “야! 어째 육년이 넘게 배웠는데 척척 반주를 못하냐?” 열네 살 먹은 딸아이에게 내미는 말이다. 중년의 어미는 나이마저 잊은 듯하다. 다시 쳐봐라, 제대로 빠르기를 지켜라 등등 요구사항이 늘어간다. 몇 번은 마지못해 건반을 눌러대더니 ..
13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57|2009-09-28
독백 - 내 이름은 박 건망
내 이름은 박 건망 한여름 해의 높이가 바다와 설악산 중간위치에, 더도 덜도 말고 딱 거기쯤에 머물게 되면 스멀거리며 졸음이 쏟아진다. 대충 집안일 끝내놓고 한낮의 나른함과 씨름하던 중이다. 쪼그리고 졸까, 아예 퍼져 누워버릴까 중대한(?) 고민을 하고..
13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567|2009-08-19
별빛너머 가을은 오고
별빛너머 가을은 오고 말복 땡볕 속이지만 가을빛이 스며있다. 아들을 태우고 나서는 오후의 거리가 반짝 거린다. 며칠 태풍이 모질게 훑고 지나갔을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폭우 뒤에 맞이하는 청명함인지라 더욱 개운하다. 살갗에 닿는 바람의 숨결을 느..
13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645|2009-08-14
멀리 가는 자두향기
멀리 가는 자두향기 언제나 그러하듯 우리가족 나들이는 예정되어 있지 않다. 따로 준비할 것도 없이 불쑥 나서기 때문이기도 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남편이 아이들과 내게 외친다. “나가자!” 이 말 한마디면 족하다. 어디 가느냐, 뭘 챙겨가야 하..
13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340|2009-08-10
농현(弄絃) - 열두 현에 ..
농현(弄絃) -열두 현에 사랑 싣고 (10)- <내 동생 석이> 마릿골 사는 내 동생 석이가 누이 집에 왔다.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장가못간 노총각이다.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오랜 시간 운전하여 바다 곁으로 놀러왔다...
13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61|2009-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