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내는 사람들
겪어내는 사람들 “정말 어이가 없어요. 매사 모든 것이 자기식이고 편견과 아집으로만 가득 차 있다니까요. 결혼 전엔 그 정도의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추호도 들지 않을 만큼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성품이었는데......, 암튼 굉장한 이기주의를 지닌 것 같아요. ..
20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188|2011-05-27
마음은 콩밭에 (3)
마음은 콩밭에(3) 노인의 안부가 궁금해진 것은 온 사방 두엄 썩는 냄새 가득하던 사월 초입이었다. 변두리 한 구석 자리 잡은 콩밭에 뭔 별일이 생기겠냐만, 오가며 넋 나간 듯 바라보곤 하였다. 운전하다 멈춰 신호대기 짧은 순간 눈도장 찍는 정도인데..
20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14|2011-05-24
우리집 마당에 (6)
얼룩토끼 영랑이 마당 있는 집에 가면 토끼를 꼭 키우자고 아들이 노래처럼 말했었습니다. 집 앞 단골마트에 들렀다가 그 얘기를 하니, 아르바이트 하던 아주머니가 마침 토끼가 있다며 그냥 가져가 키우랍니다. 우리와는 다르게 그 집은 아파트 얻어 이사 가게 된 ..
20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943|2011-03-01
춘설(春雪)에 갇히다
춘설(春雪)에 갇히다 입춘 즈음 내린 폭설이 채 녹기도 전, 또 한 번의 거센 눈 세례를 받는다. 사부작사부작 밤새 쌓인 탓에 대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다. 어느 해인가. 오일 내내 밤낮 쉬지 않고 내린 적도 있었다. 상황이 그런지라 발걸음 ..
20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901|2011-02-28
애가 없어요!
애가 없어요! “엄마, 애가 없어요!” 생선매운탕만 끓이면 아들은 큰 눈을 껌벅이며 곧 울 듯 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냄비 속에 숟가락을 넣고 휘젓지만 걸리는 게 없다. 딸아이도 질세라 어쩌다 국물위로 떠오른 덩어리를 잽싸게 건져간다. 그쯤 되면 ..
20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599|2011-02-24
섞어찌개
섞어찌개 또 그만큼씩이다. 매번 이런 식으로 냄비마다 같은 분량의 찌개가 남는다. 정성들여 달인 육수로 끓인 것이라 버리기엔 아깝고 다시 상에 올리자니 내키지 않는다. 이럴 땐, 음식분야의 고수인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방법을 써먹으면 된다. 일명 섞어..
19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205|2011-02-21
마음은 콩밭에 (2)
마음은 콩밭에(2) 지난해 시월 말. 비닐봉지라도 꿰차고 내년엔 꼭 이삭을 줍겠노라 결심했었다. 꼬박 일 년이 지나 다시 그 공간의 가을이다. 거의 매일 지나치게 되는 콩밭에 나는 여름날부터 마음이 먼저 달려가곤 했다. 마치 노인에게 콩밭관리라..
19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486|2010-11-25
이엉을 엮다가
이엉을 엮다가 설악산 꼭대기엔 첫눈도 내리고 얼음까지 얼었다는데, 아직 우리 마당엔 햇살이 따사롭다. 마른 잔디밭에 앉아 엊그제 도문리 오권사님 댁에서 얻어온 짚으로 이엉을 엮는 중이다. 오랜 기억 속에만 있던 작업공식(?)을 꺼내려니 손발이 생각만..
19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260|2010-11-08
들국화베개
들국화베개 처음엔 향기였다. 눈을 감고 있어도 노란 단내가 상상될 만큼 기분 좋은 국화향이 흘러나왔다. 며칠 지나자 향기였던 것이 점점 냄새로 바뀌어간다. 오늘아침엔 가을 볏짚에서 맡아지던 마른풀냄새가 났다. 지난번 속초나들이 오셨던 시어머..
19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533|2010-11-04
나는 곰띠다
나는 곰띠다 도대체 얼마나 잤을까. 시장기를 해결하고자 아침 겸 점심으로 몇 술 뜨다 만 것만 기억난다. 설거지통에 빈 그릇을 던져놓고 쇼파에 쓰러지듯 누운 것 같은데. 비몽사몽 실눈 뜨고 괘종시계 분침을 바라보기도 했었지. 아직은 아니야, 더..
19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31|2010-10-01
건들지 마세요!
건들지 마세요. 님! 그냥 가만 놔두세요. 제 몸 어느 구석 건들기만 하면 곧 터져버릴 겁니다. 머리카락 한 개든, 시커멓게 죽어간 새끼발톱 끝을 툭 쳐도 물기가 새어나올지 몰라요. 신체의 70프로가 수분이라 했던가요? 아니요. 저는 짠 내 품은 눈..
19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938|2010-09-27
공원길 사람들 6 - 파자마..
파자마노인 꽤 여러 날 노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골목끝집 철 대문계단 아래 칸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쭈그려 앉아있던 노인. 꾸부정하게 서 있으면, 그 유명한 K치킨 하얀 할아버지 동상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온통 백색인 머리카락도 그렇고..
19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506|201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