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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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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 피딱지


BY 박예천 2009-10-10

                                                    

                                                            피딱지

 

 

 

아들녀석의 다리는 성한 곳이 없다.

더덕더덕 딱지투성이다.

아물만 하면 떼어내어

다시 덧나기를 반복한다.

여름 모기가 물고 간 흔적들이다.

점으로 시작된 상처가 지문크기만 하다.

선선해지는 가을 날에도 나는 아들의 피딱지를 닦는다.

제발 떼어내지 말라고

성화를 해도 소용없다.

 

피를 무서워 하면서도 피가 흘러나오기를 기다리는 녀석.

그래야 제일 좋아하는 일회용 밴드를 붙일 수 있기에.

밴드는 녀석에게 있어 만병통치약이다.

온 살갗에 영광의 흔적마냥 표시를 해두고 다닌다.

작년 상처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아직도 녀석의 다리는 짓무름이다.

 

지난 아픔 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날 닮았다.

들춰내고 쑤셔대어 재 확인을 일삼아야 버텨내는 삶.

스스로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고통스러워야 견뎌 낼 수 있겠다는 망상.

어미의 미련함이 유전되어

녀석도 아픔을 잡아뜯고 있다.

 

가을의 깊이만큼

그 계절  가슴을 훑어 놓았던 갈퀴손으로

내 온몸에 피딱지를 다시 뜯어내고 있다. 

 

쓰라리고 아프다.

 

 

 

 

2009년 10월 9일

온통 피딱지 가득한 아들의 다리를 바라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