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일까?
누구일까? 집에서 자동차로 십 여분 거리에 밭이 있습니다.농사를 짓게 된 햇수가 올해로 삼년이 되어갑니다.워낙에 산비탈 황무지였던 땅이라 지금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 동네 어르신들이 오가며 깜짝 놀라십니다.초보농사꾼이지만 작물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 ..
25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33|2015-06-11
십년 뒤 이혼?
십년 뒤 이혼? “엄마, 나는 이제 열일곱 형아라서 김치도 잘 먹지요?”밥숟가락 들던 아들이 밝은 표정으로 자신만만해져 엄마인 나를 쳐다본다.“정말이네! 멋진 형아라서 이젠 시금치도 잘 먹지? 그치?”나의 칭찬에 녀석은 어깨가 으쓱해져 평소에는 건드리지도 ..
25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300|2015-06-09
차카게 살자!
차카게 살자! 아침 일찍 차를 몰고 교회에 갑니다. 깜박 잊고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요.근처 아파트 앞을 지나려는데, 도로에 하얀 쌀자루 같은 것이 버려져 있습니다.안에 뭔가 들어있는지 볼록합니다. 맞은편차선 중앙 길바닥에 퍼져있는 그 자루를 피하느라 오가는..
25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144|2015-06-09
양념이 샘솟나?
양념이 샘솟나? 지난겨울 먹다 남은 동치미 무가 아까워 채썰기를 합니다. 물에 살짝 헹궈 갖은 양념에 무쳐내면 입맛 없을 때 먹기 좋거든요. 파, 마늘, 설탕 조금 넣고 들기름도 찔끔 따랐지요. 마지막으로 깨소금 탈탈 뿌리려고 양념 통을 열었는데, 세상에나!..
24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03|2015-05-26
얌체할머니
얌체할머니사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연로하신 어른 호칭 앞에 붙여줄 만한 별명은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얌체’라는 아주 적합한 말이 뇌리를 스치며 훅 튀어나왔다. 매번 반복되는 그 상황을 바라보며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조잘거리자고 내 가슴 복판에 외쳤다..
24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277|2015-05-26
진심어린 사과의 힘
진심어린 사과의 힘 올해 일월 초부터 나는 온갖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이어달리기라도 하듯 배턴을 건네주고 있었다. 계속되는 주자들의 활약(?)으로 사월 중순인 지금, 나의 심신은 초주검이 되도록 지쳐있다.이젠 더 이상 갈 곳도 피할 ..
24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96|2015-04-16
발달장애인 엄마로 산다는 것
발달장애인 엄마로 산다는 것 어젯밤 우연히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눈에 들어오는 제목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엄마로 산다는 것’이라는 자막이 나의 시선을 고정시켰다.얼마 전 모 방송사기자가 내게 인터뷰를 요청했던 일..
24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62|2015-04-08
누군가의 떡이 되어
누군가의 떡이 되어 떡판 같은 얼굴이라고 딸아이가 키득키득 웃는다. 옆에 있던 내게도 보라며 노트북 화면을 들이민다. 얼짱이니 얼꽝이니 아이들만의 신조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면 멍청한 어른으로 치부된다. 똑똑한 엄마이고 싶어 동조하듯 ..
24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261|2014-09-27
바람의 계절
바람의 계절 대문을 나서던 아들이 주춤거린다. 갑자기 뿌연 흙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휘돌던 바람의 꼭대기가 누군가 내다버린 대형종이상자들과 만나 골목사이를 무서운 속도로 날아다닌다. 사방 일 미터는 족히 넘을 크기이다. 하마터면 뾰족한 사각모서리가 아이의 ..
24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118|2014-09-12
뒷모습
뒷모습일요일 저녁부터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여름손님들이 연휴 막바지까지 찾아와 머물고 가는 통에 지쳐서 그런가보다 했다.거실과 방, 이층 구석구석을 혼자서 청소했으니 몸이 피곤하겠지.교회 간다는 핑계로 이불이며 부엌그릇들을 남겨두고 나는 쏙 탈출 해버렸다. 점심..
24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140|2014-08-19
파우치를 찾아라!
파우치를 찾아라!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에 쓰는 게 맞다.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바쁜 아침시간, 서둘러 눈썹을 그리고 입술연지 그어댈 때만 해도 분명 배낭 속에 챙겨 넣었다고 생각했다. 퀼트를 배운다던 지인이 꼼꼼하게 바느질하여 선물한..
24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924|2014-06-13
야래향(夜來香)앞에서
야래향(夜來香)앞에서 간밤에도 부실한 글 줄기를 부여잡고 씨름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메마른 감성으로 올려 세운 심지엔 불꽃 한 송이 피어나지 않았다. 가슴이 옥죄는 이 짓을 왜 멈추..
24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368|201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