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나도 젊었었으니까
그 때는 나도 젊었었으니까 “엄마. 우리 공항에 나와서 지금 출국심사 중이예요.” “엄마 구두는 우리가 다 처리할 테니, 택배아저씨가 오시면 엄마는 구두만 보내시면 돼요.” 베트남으로 6박 7일의 휴가를 떠나면서 막내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여름신이 마땅치 않다는 소..
333편|작가: 만석
조회수: 1,600|2019-08-06
부지런한 척 헛일만 했네
부지런한 척 헛일만 했네 밝은 햇살이 아침 기분을 들뜨게 한다. 아, 이제 장마가 끝나려나? 축축하고 후텁지근하던 끝이라 기분이 여간 상쾌한 게 아니다. 뭔가 힘을 써서 일을 하고 싶다. 옳거니. 장마 핑계로 물걸레질에 게을렀지. 그래. 어디부터 손을 댈까. 우선은..
332편|작가: 만석
조회수: 1,325|2019-08-03
시어미를 닮은 며느님과 아버..
시어미를 닮은 며느님과 아버지를 닮은 아들 며느님이 김치가 그리운 눈치다. 그 마음을 읽었으니 내 마음이 급해진다. 이른 점심밥을 먹고 마트로 달린다. 오늘따라 배추가 실하다. 세 포기를 한 망으로 묶었으나 세 포기는 나에게 너무 버겁다. 망설이고 있는데 어느 손님..
331편|작가: 만석
조회수: 1,574|2019-07-16
우리 둘만 남았네
우리 둘만 남았네 오늘은 세브란스병원엘 다녀왔다. 요새로 여기저기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병원을 자주 찾게 된다. 이른 시간으로 진료를 배정 받아서 아침이 무척 부산했다. 오늘은 아니, 요번에는 아이들도 바빴는지 문안 전화 한통이 없다. ‘긴병에 효자 없다..
330편|작가: 만석
조회수: 2,254|2019-06-14
시어미도 힘이 든다
시어미도 힘이 든다 이쪽에서 시어미를 성토하면, 저편에서 다시 시어미에 대한 원성이 터진다. 그런데 그 성토와 원성이 구구절절이 옳으니 어쩌랴. 시어미의 입장에서도 대항을 해 볼 명분이 없더라는 말씀이야. 어두워진 시력과 쇠약해진 체력이 세월이라는 덮개를 쓰고, ..
329편|작가: 만석
조회수: 1,372|2019-06-09
나에겐 과분한 시승식
나에겐 과분한 시승식 “토요일 무슨 약속 있으세요?”막내 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토요일 일착으로 엄마아빠 모시고 시승식해요. 양주로 모시고 가려구요.” “여보. 막내가 토요일에 별일 없으면 양주 데리고 간다는데.”옆의 영감을 돌아보며 묻는다. “별일 없지, 뭐.”..
328편|작가: 만석
조회수: 1,474|2019-05-07
애꿎은 시집살이
애꿎은 시집살이 “아가씨. 혼자만 그렇게 고생을 해서 어떻게 해요.” “고생은요, 뭘.” “죄송해요. 제가 애 학원 가는 걸 봐 줘야 해서….” “예. 알아요.” “어머님이 수술하시는 날도 못 가게 생겼어요. 어머님이 눈 수술하고 나시면, 한 두 주일은 식사준비를 ..
327편|작가: 만석
조회수: 1,378|2019-05-04
밤공기가 신선했어요
저녁상을 물리니 8시 30분. 오늘 저녁이 좀 늦었다. 미세먼지 예보를 열어보니 '양호'란다. 비가 그친 뒤라 미세먼지도 멀어졌나 보다. 양호한 날씨를 놓치기가 아깝다. 내일 오후부터는 또 '나쁨'이라지 않는가.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나선다. 영감은 낮에 산행을 ..
326편|작가: 만석
조회수: 1,591|2019-04-15
난 정말 어린가 보다
난 정말 어린가 보다 영감의 얼굴을 본 지가 나흘째다. 혹자는 영감이 어디를 갔느냐고 묻겠으나, 사실은 한 공간에 건재해 있다. 밉상을 떨어서 내가 영감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돌아보지를 않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 있으면서 어떻게 보지 않고 사느냐 하겠으나 우리 부부는..
325편|작가: 만석
조회수: 1,322|2019-04-13
엄니 네 가는 길
엄니 네 가는 길 “동네 한 바퀴 안 돌라요? 나, 나가는데.” “난, 양주 갈 텐데.” “….” 양주를 간다는 건, 일전에 산소를 이장한 시부모님을 뵈러 간다는 말이다. 미리 얘기를 해야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지 않겠는가. 잠시 째려보다가 이내 어깨를 내려놓는다..
324편|작가: 만석
조회수: 1,426|2019-04-12
조금만 참을 걸
조금만 참을 걸 “이건 아빠 거.” “이건 형 담배랑 그리고 이건 형수님 거.” “이건 누나 거랑 매형 거.” “이건 아가 거.” 며칠 전 미국 출장을 다녀온 막내아들이 가방에서 선물 꾸러미를 꺼내 놓으며 식구들 앞앞이 챙긴다. 모두 입이 귀에 걸려 저마다의 선물..
323편|작가: 만석
조회수: 1,167|2019-03-29
내가 할 걸
내가 할 걸 “라면 먹을 거면 두 개 끓이구.” 컴 앞에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영감이 등 뒤에서 묻는다. 돌아보니 냄비를 들고 있다. 아니면 하나만 끓여서 혼자 먹겠다는 소리다. “배고파요?” “한 신데.” 벌써 한 시가 되었는데, 배가 고프지 않겠느냐는 말씀..
322편|작가: 만석
조회수: 1,159|201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