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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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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참을 걸


BY 만석 2019-03-29

조금만 참을 걸
 
“이건 아빠 거.”
“이건 형 담배랑 그리고 이건 형수님 거.”
“이건 누나 거랑 매형 거.”
“이건 아가 거.”

며칠 전 미국 출장을 다녀온 막내아들이 가방에서 선물 꾸러미를 꺼내 놓으며 식구들 앞앞이 챙긴다. 모두 입이 귀에 걸려 저마다의 선물을 뜯는다. ‘내 건 없나?’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나는, 식구들의 선물 공세가 끝나자 차라리 무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1월 19일)은 며칠 뒤의 내 생일을 미리 축하한다고 모인 날이다. 직장에 나가는 두 아들과 사위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서 저녁식사를 할 판이다. 미국의 큰딸 네 식구야 오려니 하지도 못했지만, 일본에 있는 막내아들 네 식구들이 같이 하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워낙 덩치가 좋은 아들들과 사위들이고 보니 거실을 꽉 채운다. 큰아들은 키가 178cm이고 막내아들은 187cm다. 거기에 세 자리 숫자를 넘기는 사위의 체중이 가장 압도적이다. 영감은 키가 많이 줄었다고 엄살이지만, 그래도 180cm를 자랑하던 키가 아닌가.
 
아무튼 며느님의 수고로 진수성찬이 차려졌고, 두 아들과 사위가 버티고 앉았으니 내 마음이 이보다 더 부자일 수가 없다. 아래층에 사는 큰아들네 식구들이나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막내딸 내외는 귀가할 걱정도 없고, 여차하면 내 집에서 자고 가도 나무랄 사람 없는 막내아들도 마음이 바쁠 까닭이 없으니 자연히 저녁 자리는 길어진다. 게다가 내일은 주일이다.
 
다만 내 마음만 무거워져 있다. 내 생일이라고 모인 인물들이 정작 어미의 기분은 아랑곳없이 저마다의 기분에 취해서 희희낙락이다. 그렇다고 어미라는 사람이 내 선물은 없느냐고 투정을 부릴 분위기도 아니질 않은가. 참 이상한 일이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축하송이 이어지고,  박수가 쏟아지고 케이크가  컷팅 되는데 도 아무도 내색을 않는다. 이래도 되는 걸까.
 
며칠 전 친구들 모임에서 한 차례 내 생일축하 자리를 미리 가졌었다.
“얘는 자식이 여럿이라 생일선물이 푸짐하겠는 걸?!”
“우리들 배나 받을 거 아녀?”
“안 주면 내놓으라 하고, 적으면 더 내놓으라고도 해라.”
“그 효자들이 왜 안 내놓겠어.”하던 생각이 난다. 암. 아무 소리 없으면 내 놓으라고 해야지.
 
딸아이가 현관을 나서며 봉투를 건넨다. 그러면 그렇지. 뒷설거지를 마치고 내려가며 큰며느리가 봉투를 건넨다. 암, 그래야지. 히히. 이만해도 내 마음은 벌써 다 풀렸다. 내 집에서 자고 간다는 막내아들의 잠자리를 마련하는데도 이 녀석은 아무 말이 없다.
“엄마 생일선물은 없냐?”고 물으려니, 가슴이 두 근 반 세근 반 방망이질을 한다. 그래 보기는 난생처음이니까 말이지.
 
그래도 용기를 내 본다.
“넌 엄마 생일선물도 없어?”
아들은 술기운으로 달아오른 얼굴로 싱글거리며,
“아, 선물요. 있지요. 이렇게 준비를 했지요.”한다. 가방에서 예쁜 봉투를 하나 꺼내어 내 무릎 위에 얹는다. 에구~. 괜한 소리를 했구먼. 조금만 참고 기다릴 걸. 내 체면이 말이 아니네.

 2014년 6월. 나이아가라폭포를 방문해서, 배를 타고는 가능한한 폭포에  근접을 해서 물 세례를 받았습니다.
조금만 참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