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미쳐 살아보자고 작정하고 산 시간이 십년이 넘었다.
꽃과 나무는 내게 사랑스런 아기들이었고, 위로를 주는 친구 때로는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따로 모아보고 싶다.
가시 없는 장미
장미를 꽃 중의 왕이라고들 한다.하지만 나는 장미를 내 꽃밭에 들이는 것이 망설여졌다.가시에 찔린 뒤 파상풍에 걸려 죽었다는 어느 시인 이야기가 아니라도 장미 가시는 싫었다.꽃을 감상하는 것과 가꾸는 것은 다른 일이다.감상하는 것이야 가시가 있어도 그만이고, 맘에 안들..
23편|작가: 낸시
조회수: 1,040|2020-04-18
있어야 할 자리
이 꽃을 처음 만난 것은 이십년 전 메릴랜드 베데스타에 살 때다.남편과 같이 동네 한바퀴를 돌아 보자고 나선 산책 길에 만났다.처음 보는 꽃이기도 했지만 꽃 모양이 여늬 꽃과 달라서 눈길을 끌었다.잎새 모양이 거미줄 같기도 머리카락 같기도 이끼 같기도 하였다.꽃수술 가..
22편|작가: 낸시
조회수: 941|2020-04-18
눈으로 즐기는 오케스트라
나는 음치다. 내가 노래를 하면 다들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내 귀가 음악에 무딘 것은 사실이다. 영화를 보면서 옆에 앉은 사람이, 저 뮤직 참 좋다...그러면, 엥...뮤직이라니...그러고 들으면 그제서야 배경음악이 들린다. 식당을 하니 손님..
21편|작가: 낸시
조회수: 1,078|2018-11-06
다육이 화분을 바라보면서....
다육이를 분재처럼 심어 놓고 들여다 보는 즐거움이 크다. 커다란 부페용 그릇 바닥에 콘크리트 못과 망치를 이용해 구멍을 뚫고 다육이를 모아 심으면 작은 정원이 된다. 나는 정성을 쏟아 애지중지 하면서 화초를 보살피는 사람은 아니다. 그 보다는, 혼자서도 잘 해요.....
20편|작가: 낸시
조회수: 1,119|2018-11-01
잡초와 화초
새순이 솟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 꽃쇠비름이 누렇게 변했다.정원을 관리한다고 잡초제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꽃쇠비름에 제초제를 뿌렸을 것이다.벌써 세번째다.제초제를 살포하는 것이 일인 그들의 눈에는 모든 풀이 잡초로 보이는 모양이다.개 눈에는 뭣만 보인다니 탓을..
19편|작가: 낸시
조회수: 1,964|2018-05-14
꽃을 가꾸면서...
처음에는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있었다. 차츰 관심이 꽃보다는 식물 전체을 어떻게 키워내는지로 옮겨갔다. 지금은 한 포기 한 포기 식물보다 전체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조화에 관심이 있다. 하나님은 개인의 구원을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신학을 공부한 남편이 그런..
18편|작가: 낸시
조회수: 1,229|2018-04-28
가지치기
우리는 이사를 많이 다녔다.셋방살이로 시작해서 이기도 했고, 남편의 직업 때문이기도 했다.셋집이라도 미국에는 정원이 딸린 집이 대부분이다.이사를 하면 나는 제일 먼저 나무자르는 가위를 들고 정원의 나무를 손질한다.남편은 그렇게 심하게 잘라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집주인이 ..
16편|작가: 낸시
조회수: 1,361|2018-03-11
꽃쇠비름
꽃밭 일에 남편을 나보다 더 열심이게 만든 꽃이다.뚝잘라 심고 일주일이 지나면 쑥쑥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다시 뚝 잘라 심고 또 뚝 잘라 심고 그렇게 하여 세번째 식당 주변은 온통 핑크빛이 되었다.어린시절 보았던 자운영 꽃밭을 연상시켜 바라보고 있으면 날 행복..
15편|작가: 낸시
조회수: 1,677|2017-09-16
잘했다, 이쁘다.
온 동네를 환히 밝히던 빨간 튤립과 잉크색 붓꽃 그리고 노란 돌나물꽃이 시들고 데이지와 한련이 제 철이다.핀 큐션의 보라색도 한물가긴 했지만 아직은 살아있다.붉은 사루비아를 닮은 세이지도 눈길을 끈다.시들시들하던 백일홍이 이틀 전 내린 비로 기운을 차리고 색색의 꽃을 ..
14편|작가: 낸시
조회수: 1,099|2017-08-18
삼각주 선인장
요즘 삼각주 선인장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많다.마치, 마음 통하는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떠는 것 같다고나 할까...지난 토요일도 새로 돋는 삼각주 가지를 지켜보며 감탄하느라 식당에 나갈 시간에 늦었다.딸이 용과라는 과일을 좋아한다고 사자고 한다.맛..
13편|작가: 낸시
조회수: 2,091|2017-08-14
피난처
"내년에는 저기에 부겐빌레아를 더 심어야겠다."부겐빌레아의 화려한 꽃을 보면서 딱 내 꽃밭에 어울린다 싶어 그렇게 말했다."내년이 있기나 할까?"...에드워드 말은 고전 중인 식당이 내년까지 지탱할 수 없을 것이란 뜻이다.에드워드는 식당에서 일하던 중국인 2세다.우리가..
12편|작가: 낸시
조회수: 1,103|2017-06-17
돌나물
남편과 싸우고 답답해서 집을 나섰다.갈 곳이란 뻔하다.내가 가꾸고 있는 꽃밭이 있는 곳으로 갔다.서울 거리에 사람이 넘치듯 거리에 사람이 넘친다.라이브 뮤직 축제가 유명한 곳이고 지금이 바로 그 축제 기간이라고 한다.도시 전체가 술렁이는 느낌이다.하지만 음악을 즐길 줄..
11편|작가: 낸시
조회수: 768|201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