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을 처음 만난 것은 이십년 전 메릴랜드 베데스타에 살 때다.
남편과 같이 동네 한바퀴를 돌아 보자고 나선 산책 길에 만났다.
처음 보는 꽃이기도 했지만 꽃 모양이 여늬 꽃과 달라서 눈길을 끌었다.
잎새 모양이 거미줄 같기도 머리카락 같기도 이끼 같기도 하였다.
꽃수술 가운데도 푸른잎 같은 것이 뻗어있었다.
꽃에 관심이 많아 유심히 살피는 내게도 이런 꽃은 처음이었다.
이름도 몰랐지만, 산책할 때마다 눈이 자꾸 그리로 갔다.
씨주머니 몇개를 슬쩍해서 우리집 뜰에도 뿌렸다.
하지만 우리집 뜰에서는 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이사를 해야했다.
이리저리 이사를 많이 하던 때라 그리고선 까맣게 잊고 살았다.
다시 만난 것은 십년 전 쯤, 언니집에 가서다.
켄터키 언니집에는 없는 꽃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꽃이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였다.
언니도 이름은 잊어서 모른다 하였다.
하지만 마침 익은 씨앗들이 있어서 얻어다 우리집 뜰에 뿌렸다.
이름도 찾아봐야지, 인터넷을 뒤졌다.
흑종초, 니겔라, 안개 속의 사랑...등이 내가 찾아낸 이름이다.
그 중 내 맘에 드는 것은 안개 속의 사랑이다.
누가 지었는지 정말 잘 지었다.
나도 앞으로 '안개 속의 사랑'이라고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
한 해, 두 해...그리고 세번째 해에 나는 안개 속의 사랑을 내 꽃밭에서 쫒아내기로 했다.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다른 꽃이 치여서 자라지를 못한다.
사람도 자기 자리가 있기 마련이지만 꽃도 마찬가지다.
이런 꽃은 마을길 가장자리 야생화가 제격이다.
꽃밭에서 씨를 받아다 마을길 가장자리를 따라 뿌려두었다.
다른 잡초에 치여 자라지 못하면 어쩌나...염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 수록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잡초 다 제치고 마을길 가장자리를 빼꼭히 채워 꽃을 피워낸다.
오는 이 가는 이 모두 발길을 멈추고 이쁘다고 한다.
내가 봐도 이쁘다, 참 이쁘다, 보면 볼 수록 이쁘다.
'안개 속의 사랑'은 마을길 가장자리가 있어야 할 자리다.
사람도 꽃도 역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