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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이 화분을 바라보면서...


BY 낸시 2018-11-01

다육이를 분재처럼 심어 놓고 들여다 보는 즐거움이 크다.
커다란 부페용 그릇 바닥에 콘크리트 못과 망치를 이용해 구멍을 뚫고 다육이를 모아 심으면 작은 정원이 된다.
나는  정성을 쏟아 애지중지 하면서 화초를 보살피는 사람은 아니다.
그 보다는, 혼자서도 잘 해요...하는 종류를 골라 심고, 야...너 잘한다...감탄하며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다육이 종류는 바로 그런 사람이 키우기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육이도 종류따라 성질이  다르다.
그 중에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생명력이 왕성한 것들이다.
생명력이 왕성해서 열악한 환경에서도 좀체 죽지 않는다.
추위에도 강하고 며칠씩 비가와도 거뜬하고 텍사스 땡볕에 한 달 정도  물을 안주어도 견디어낸다.
그렇게 혹독한 환경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냥 살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내가 보아 온 어떤 화초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자꾸 나를 끌여들여 화분 앞에 앉아 들여다보게 만든다.

해가 바뀌고 또 바뀌고 다육이들이 나이들어 간다.
밑둥이 굵어지고 새끼도 치고 고운 단풍이 들듯이 물들어간다.
얕은 화분에 마사토와 배양토를 섞어 만든 흙에서 몇 년을 살았으니 토양에서 얻을 양분이 넉넉할 리 없다.
같은 종류의 다른 다육이에 비교하면 키도 작고 잎도 작고 색깔에도 고난의 흔적이 역력하다.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다육이 온 몸에 나타나는 고난의 흔적이 예술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녀석들보다 훨씬 아름다워보인다.
고난과 역경을 견뎌낸다는 것, 그 자체가 이리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구나...
조그맣고 여리여리해 보이는 다육이가 생존을 위해서 쏟았을 처절한 노력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얼마나 열심히 살아냈을까...
힘들다고 앙탈하고 불평하고 그만 끝내고 싶다고 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화분에 심겨진 다육이처럼  끝까지 살아내는 것의  소중함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어떤 삶을 사느냐보다 살아있음 자체가 귀한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환경보다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하구나, 살다보면  밑둥도 굵어지고 상처마저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명의 존엄성이니 고귀함이니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알 것만 같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끝까지 살아내서 나도 주어진 삶을 고귀한 것으로 만들어야지...
그냥 살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야...나도 그냥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육이 화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다육이 화분을 바라보면서...
다육이 화분을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