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꽃 중의 왕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장미를 내 꽃밭에 들이는 것이 망설여졌다.
가시에 찔린 뒤 파상풍에 걸려 죽었다는 어느 시인 이야기가 아니라도 장미 가시는 싫었다.
꽃을 감상하는 것과 가꾸는 것은 다른 일이다.
감상하는 것이야 가시가 있어도 그만이고, 맘에 안들면 떼어내고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장미를 가꾸는 일은 다르다.
꽃밭에서 살다시피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장미 가시가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장미를 손질할 때도 찔리지만 다른 꽃을 손질할 때도 찔리기 십상이다.
가시에도 불구하고 꽃 중의 왕이라고 불리울 만큼 장미는 이쁘다.
꽃밭에 들이는 것은 망설여지지만 나도 장미를 보면 이쁘다.
가시에 찔리더라도 내 꽃밭에 들여볼까...그런 유혹을 수시로 느낄 만큼 이쁘다.
결국 유혹에 져서 지금은 여러 종류 장미가 내 꽃밭에서 자라고 있다.
하지만 툭하면 여기저기 찔러대는 가시와는 여전히 친해질 수가 없다.
가시가 지나치게 억센 녀석들은 꽃밭에서 추방하기도 하였다.
가시없는 장미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한 바램은 이루어진다더니 정말로 가시없는 장미를 찾았다.
멀리도 아니고 내 꽃밭에서 자라고 있었는데 모르고 있었다.
난 가시없는 장미를 산 적이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돌연변이라도 생긴 것인지...
암튼 좋다.
앞뜰에 있던 녀석들을 잘 보이는 뒷뜰로 옮겼다.
꽃 모양은 같은데 가시 없는 녀석들이 훨씬 더 사랑스럽다.
나도 모르게 그 쪽으로 눈길이 더 간다.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에구...사랑스런 녀석들...
가시없는 장미를 바라보다 내 자신도 한번 살핀다.
혹시 다른 사람을 콕콕 찌르는 가시가 돋혀있지나 않은지...
살피나 마나,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시 돋힌 사람이다.
돌연변이라도 일어나 나도 가시는 없고 꽃은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