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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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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주 선인장


BY 낸시 2017-08-14

요즘 삼각주 선인장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많다.

마치, 마음 통하는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떠는 것 같다고나 할까...

지난 토요일도 새로 돋는 삼각주 가지를 지켜보며 감탄하느라 식당에 나갈 시간에 늦었다.

 

딸이 용과라는 과일을 좋아한다고 사자고 한다.

맛은 그저 그렇지만 특이한 모양이 관심을 끌었다.

난 새로운 과일을 보면 어디서 생산되는지 재배법이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볼 때가 많다.

참외나 수박 같은 덩쿨 식물이나 나무에서 자라는 줄 알았더니 선인장 열매라고 한다.

용과가 주렁주렁 열리는 선인장 사진을 보니 참 신기하다.

선인장 종류의 꽃이 대부분 이쁘지만 큼직한 꽃도 이쁘다.

하지만 추위에 약한 열대성 식물이라니, 한번 키워볼까 하는 맘은 접었다.

삼각주 선인장
  

한번 키워볼까 하는 맘을 접었던 용과가 열린다는 선인장을, 식당 베란다에서 발견했다. 

아마도 딸이 어디서 샀던지 손님이 가져다 주었던지 했을 것이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줄 아는 손님들이 가끔 화분을 가져다 주기도 하니까...

이리저리 늘어져 삼각주 모양으로 자라는 선인장이 그리 이뻐 보이지는 않았다.

살아있는 것이니 버릴 수는 없고 가끔 물을 주면서, 겨울에 죽든지 말든지... 하는 맘이었다.

그랬었는데, 몇 달 지켜보니 무척 빠르게 쑥쑥 자란다.

화분 밖으로 늘어진 가지가 보기 싫어 잘라 둔 가지에서 뿌리가 내려 또 자란다.

살짝 영하로 내려간 날씨에도 베란다에서 살아남았다.

이리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이라면, 게으른 내가 키우기 딱 좋은 종류다.

어디 한번 친하게 지내볼까...하는 맘이 절로 들었다.

 

마침, 다육이 종류를 깊이가 얕은 화분에 모아심는 것에 재미를 붙이던 참이다.

낮고 넓은 화분에 다육이를 모아 심으니 수반을 이용해 꽃을 꽂아 놓은 듯 화려하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다육이로는 접목 선인장이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돈 주고 사기는 비싸기도 하고 돈이 아깝다.

직접 접붙이기를 해볼까...

식당 베란다에서 자라는 삼각주 선인장이 바로 선인장 접붙일 때 대목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하...그랬어, 그랬던 거야...친하게 지낼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삼각주 선인장
  

삼각주 선인장 곁가지가 생기면 잘라내어 집으로 데리고 와서 뒷마당에 따로 키우기 시작했다.

뿌리도 잘내리고 성장 속도도 빠르고 화분이 금방금방 여러 개로 늘어났다.

날마다 삼각주 선인장 커가는 것을 보면서, 노랑 빨강 분홍으로 접붙인 선인장 숫자도 상상 속에 늘어갔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삼각주 선인장이 넘쳐나니 다육이를 모아심는 낮고 넓은 화분에도 몇개 꽂아두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던 선인장들이 지난 겨울에 다 죽었다.

살짝 영하로 내려간 날씨에도 안죽고 베란다에서 견뎌내길래 내가 너무 방심했었나 보다.

하긴 지난 겨울은, 여기 날씨로는 드물게 삼일이나 계속 온도가 영하로 내려갔었다.

다른 다육이들도 많이 죽었지만 접붙일 대목으로 쓰려던 삼각주 선인장이 죽은 것은 특히 안타까웠다.

하지만 죽은 것에 미련을 두면 뭐하랴...잊어야지.

다행히도 다육이를 모아심은 화분에 꽂아두었던 몇개는 살아남았다.

그것을 이용해 다시 번식시키면 되지...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다육이를 모아심은 화분에 있는 삼각주 선인장은 그래도 곁가지를 낼 기미가 없다.

낮은 화분에 심어진 것이라 흙이 많지 않으니 간신히 살아만 있는 것인가...

보기는 싱싱하고 단단해 보이는데 성장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꽃꽂이 하듯 모아심은 화분에서는 성장 속도가 느리니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 더 좋긴 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질보다 양이다.

이쁜 하나가 아니라 안이뻐도 접붙이기를 할 수있게 많았으면 좋겠다.

망설이다 꽃꽂이처럼 이쁜 다육이 화분에 있는 삼각주 선인장을 번식을 위해 빼내기로 했다.

 

다육이 화분에 모여있던 삼각주 선인장 세 개를 각각의 화분에 나누어 심었다.

뿌리가 자리를 잡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옮겨심은 후 기대만큼 빨리 자라지 않는다.

날마다 가서 보고 또 보고 그래도 새순이 돋지 않는다.

에구...더는 못 기다리겠다.

그 중 두 개를 윗부분을 잘라내고 밑부분을 잘라낸 빨간 접목선인장 자구를 그 위에 올렸다.

고무줄로 묶으라 했는데 화분이 너무 커서 안되겠고  대신 납작하고 작은 돌멩이로 눌러두었다.

셋 중 하나는 번식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이렇게 접붙이기를 해놓고 적어도 일주일은 기다려야 두개의 선인장이 붙는다 했는데 궁금해 못참겠다.

삼일이 지난 후 위에 올려둔 돌멩이를 들어내고 살짝 만져보니 서로 붙은 것 같다.

성공인가 보다....ㅎㅎㅎ

 

둘 중 하나는 며칠 지나서 확인하니 제대로 붙지 않았는지 윗부분이 물렁하더니 말라 없어졌다. 

너무 성급하게 일찍 붙었나 안 붙었나 확인하다 붙기 전에 떨어진 것 같다.

아니면 대목으로 쓴 삼각주 선인장이 좀 더 굵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다른 하나는 조금씩 자라는 중이다.

절반의 성공이지만, 내가 선인장 접붙이기를 할 수 있다니 볼 수록 신기하고 자랑스럽다.

 

번식을 위해 남겨 둔 삼각주 선인장에도 드디어 가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을 떼어내 다른 화분으로 옮겨 뿌리내리고 있는데 또 세 개의 가지가 솟아나고 있다.

접붙이기에 성공해서 빨간 모자를 쓴 것처럼 보이는 선인장도 팔을 위로 치켜든 것 같이 가지 하나가 올라왔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잘라서 뿌리를 내릴까...손을 치켜든 것 같은 모양으로 그냥 둘까...행복한 고민 중이다.

하루도 몇번씩 이렇게 선인장 화분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 같이 있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하다.

친구와 술은 묵을 수록 좋다더니 삼각주 선인장도 시간이 지나 알면 알 수록 더욱 맘에 들고 사랑스럽다.

서로 소통하고 기쁨과 고통을 나누는 것은 사람과 사람만이 아니라 식물하고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요즘 나는 삼각주 선인장과 사랑에 빠진 듯 하다.

삼각주 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