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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BY 낸시 2018-03-11

우리는 이사를 많이 다녔다.

셋방살이로 시작해서 이기도 했고, 남편의 직업 때문이기도 했다.

셋집이라도 미국에는 정원이 딸린 집이 대부분이다.

이사를 하면 나는 제일 먼저 나무자르는 가위를 들고 정원의 나무를 손질한다.

남편은 그렇게 심하게 잘라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집주인이 싫어할 것이라고 화를 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나무까지 손질해 준 내게 고마워 하였다.

남편도 시간이 지나 이뻐진 나무를 보고 자기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했다.

 

나무를 자를 때 나는 본가지만 남겨두고 곁가지를 잘라낸다.

때로는 굵은 가지를 잘라내야 할 때도 있다.

너무 심하게 가지치기를 한 것이 아닐까, 싶었던 나무도 시간이 지나면 역시 잘라내기를 잘했구나 싶다.

이럴 때 남편은 따라다니며 말린다.

말리다 안되면 화를 내기도 한다.

사정없이 잘라내는 것을 보면 나무를 죽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드나보다.

남편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들은 척도 안한다.

 

내 기억에 정원에 있던 할아버지 손에는 늘 나무 자르는 가위가 들려있었다.

할아버지가 가꾸던 정원은 이쁘다고 소문이 났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 싶거든 우리집에 가서 보라고 한 적도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 나무들은 우리 학비를 위해 제법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나무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선 가지치기가 필수인 것을  그래서 알고 있었다.

 

모든 나무가 관상 가치를 가진 정원수는 아니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향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원에 서있는  동글동글 구름 모양의 향나무와 달리 어수선하고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하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생에서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고 가꾸어가는 사람의 삶이 더 아름다울 것은 당연하다.

생각없이 사는 삶이 자연스럽다할 수도 있겠지만 아름답다할 수 있을까...

나는 잘 가꾸어진 정원수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

 

식당을 하면서 메뉴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처음 식당을 하던 때,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와서 조언을 하였다.

우리 식당 메뉴가 너무 간단하다는 것이다.

남편도 우리 메뉴는 몇번 먹으면 먹을 것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가족을 위해 식탁을 차리는 것이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한다.

다른 음식이 먹고 싶으면 다른 식당에 가고 우리 음식이 먹고 싶은 손님은 우리 식당에 오면 된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남편도 식당 메뉴는 간단해야 좋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긴 대박집의 공통점이 메뉴가 간단한 것이라는 것을 최근 알았다.

역시나...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요즘 우리는 식당운영을 맡겨 할 것인가, 팔 것인가...결정을 해야한다.

결정할 때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알아야 한다.

나무로 말하면 본가지와 곁가지를 구분해서 곁가지를 쳐내고 본가지를 키워야 한다.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식당을 체인점으로 만들 수 있을까...이다.

남편은 지금 그것을 잊고, 자기 감정을 앞세운다.

본가지를 잘라내고 곁가지를 키우자고 한다.

시간이 지난 다음 분명 후회할 일인데...ㅉㅉ

본가지를 키우기 위해 곁가지를 쳐낼 줄 알아야 하는데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