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일에 남편을 나보다 더 열심이게 만든 꽃이다.
뚝잘라 심고 일주일이 지나면 쑥쑥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다시 뚝 잘라 심고 또 뚝 잘라 심고 그렇게 하여 세번째 식당 주변은 온통 핑크빛이 되었다.
어린시절 보았던 자운영 꽃밭을 연상시켜 바라보고 있으면 날 행복하게 하는 꽃이다.
아줌마가 좋아할 거라고 딸 친구 제니퍼가 데리고 간 곳에서 이 꽃을 처음 보았다.
텍사스 땡볕과 가뭄에도 잘 자라는 꽃만 모아서 파는 곳이었다.
꽃은 가게 안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주변 길가 여기저기 그냥 잡초처럼 자라는 것도 많았다.
꽃집 주인이 심었겠지만 자연스레 녹아들고 스며든 꽃으로 인해 그 주변이 작은 천국 같았다.
처음 식당을 열고 고전하던 때라 꽃을 살 돈이 없어도 마음의 평안을 위해 가끔 찾아갔다.
우리는 그닥 사이가 좋은 부부는 아니지만 사이 좋을 때도 가끔 있다.
그런 날이었다.
남편이 꽃을 사준다기에 데리고 갔더니 하필이면 꽃집이 문 닫은 날이다.
허탕을 쳤지만 그 주변에 널린 꽃을 구경하는데 남편이 늘어진 꽃줄기 몇개를 잘라준다.
소설 속, 들꽃을 선물하던 풋사랑 연인들 생각이 나서 웃었다.
잘려진 꽃줄기를 들여다보니 꼭 쇠비름 닮았다.
뜨거운 땡볕에 쇠비름을 뿌리채 뽑아 밭둑에 늘어놓으며 엄마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비가 오려나 어찌 온 몸이 찌부듯하다.'
이렇게 말하고 몸을 뒤쳐 다시 자라는 쇠비름은 징글맞게 없애기 힘든 풀이라고 하였다.
그 말이 생각나 남편이 잘라 준 꽃줄기를 땅에 묻었다.
생긴 것이 쇠비름을 닮았으니 어쩌면 생명력도 닮지 않았을까...
이름도 내 맘대로 지었다.
'꽃쇠비름'
예상대로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땅에 묻힌 꽃줄기는 금방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벋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뚝뚝 잘라 심었더니 삽시간에 밭을 이룬다.
다시 잘라 심어야지... 뚝뚝 자른 줄기가 심다가 지겨울 정도로 너무 많다.
에라 모르겠다. 묻지도 않고 땅에 던져두고 잊었다.
한달 쯤 지나보니 그냥 던져둔 꽃줄기가 뿌리내리고 자란다.
그 뿐인가, 어쩌다 시멘트 바닥에 흘린 꽃줄기가 텍사스 땡볕에 일주일 넘도록 줄기차게 꽃을 피운다.
놀라운 생명력이다.
키도 작고 여리여리한 꽃이 연약해 보이는데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생긴 것과 너무도 다른 사람이라고...사람들이 날보고도 하긴 그렇게 말한다.
겉모습은 천상 여자인데 속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그럼 우리는 닮은 것인가...ㅎㅎ
나를 닮은 꽃, 아니면 내가 닮고 싶은 꽃...아무러나...오늘은 꽃쇠비름을 소개하고 싶다.
자기가 살면서 잘한 일이 두 가지 있다고 어제 남편이 그런다.
하나는 꽃쇠비름을 심은 것, 또 하나는 나랑 결혼한 것이란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