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께 드리는 말씀
당분간 글을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뭐랄까, 김이 샜다고나 할까요. 밤잠 줄여가며 열심히 쓴 글을 요즘 방송가에 기생하는 일부 피디, 작가 나부랑이가 한 마디 양해도 구하지 않고 가져다 쓰는 것 같기에 지금 생각으로는 아주 접어버리고 싶은 생각입..
22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382
불길한 조짐
룸싸롱 <백작> 앞 주차장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던 고급 중형세단들이 일제히 전조등을 켰다. 차에 시동이 걸린 뒤 약 10분쯤 경과하자 룸싸롱 현관 문이 열리며 한 떼의 중년 사내들이 마담과 호스테스들의 부축을 받으며 쏟아져 나왔다. 거나하게 취한 사내들은 ..
21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078
심 복
작은 병원 영안실 안팍에 커다란 조화들이 가득 세워져 있었다. 조문객을 태운 세단들도 계속 밀어닥쳤다. 병원은 허름하고 초라했지만, 그러나 조문객 규모만 놓고볼 때 흡사 어느 세도가에 초상이 난것처럼 보였다. 원무과 직원의 말에 따르면, 병원 개원 이래 이렇게 많은 ..
20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281
우중의 비보
음악회가 끝나 공연장 밖으로 나오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봄비였다. 두 사람이 음악당 현관에 모습을 보이자 보디가드 세 명이 뛰어와 우산을 받쳐주었다. 승민과 수희는 그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검정색 BMW에 올랐다. 승민은 음악회 내내 잠만 잤다. 시향과의 협연자..
19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997
프로포즈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출발선에 나란히 정렬해 선 경주마들은 아직 뛰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모두 흥분한 게 틀림 없었다. 기수들은 자세를 한껏 낮춘 모습으로 가만히 경주마들의 목을 쓸며 고삐를 짧게 움겨쥐었다. 이윽고 출발신호와 함께 경주마들..
18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910
원초적 언어
언어란 얼마나 가증스런 것이냐. 우리가 쓰는 말, 문자는 솔직한 심경의 표현에 쓰여지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은폐하고 왜곡시키는데 유용하게 동원되기 일쑤이다. 대화에 있어선 얼마든지 공전되는 일이 있어도 성만큼은 가식이 없으므로, 두 개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17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2,227
보디가드
[언니, 오늘은 그냥 다 잊어버려.] 현이를 얼굴 한 번 못본 채 떠나보낸 날 오후, 연희는 언니인 수희와 강남의 한 카페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지난 일도, 그리고 앞날의 일도 다 잊고 오늘은 나랑 술이나 마시자구.] [.....] 연희는 이미 떠..
16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952
남 몰래 흘리는 눈물
[수희야, 너 지금 자고 있는 거니?]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침대에 엎어진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전화 벨이 다급하게 울려 겨우겨우 수화기를 들었는데, 혜정은 마치 힐난하듯 다짜고짜 목소리를 높였다. [너 알고 있어? 알고 있는 거냐구?] [뭘?] [모르..
15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003
떠도는 풍문
그 해 겨울은 수희에게 있어 힘든 계절이었다. 우선 많은 꽃을 소비하던 대형 나이트클럽 두 군데가 한꺼번에 거래처 리스트에서 떨어져 나가자 로즈가든을 경영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랐던 것이다. 배용묵이 지배인으로 있던 H호텔 나이트클럽이야 당연히 정리해야 했지만, ..
14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910
모 반
깊은 밤이었지만 L호텔의 현관 앞은 계속 들이닥치는 고급 세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호텔 도어맨들은 두터운 외투에 영국식의 근사한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들은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도착할 때마다 깍듯한 태도로 문을 열어주곤 했다. 도어맨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
13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115
입술과 혀
[사장님, 크레이지 호스의 강승민씨가 배용묵의 친형인 배철묵 회장에게 찾아가서 자기 손가락을 잘라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오후 6시쯤이었다. 강남지역의 영업을 맡고 있던 정주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사무실 안에 있던 수희와 경..
12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203
유비쓰메
그날은 승민에게 있어 악몽과 같은 하루였다. 야간업소 생활로 으레 아침 잠이 많아진 그가 숙소에서 동생들과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을 때 이른 새벽부터 노회장이 호출한 것이었다. 연락은 바로 위 중간보스 전현구로부터 왔다. 그는 한때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었던 복싱계..
11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