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다른 어느 때보다 주방이 넓어 보이고 썰렁해 보이는 건 경인 자신이 어제의 경인이 아니기 때문일까?... 한쪽 입가를 살짝, 스스로를 비웃듯 치켜 올리며 경인은 냉장고와 냉동실을 뒤졌다. 북어를 꺼내고 무를 꺼냈다. 경인 자신의 속이 쓰린 건 물론이거니와 선애와 진희..
15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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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새벽은 소리없이, 빨리도 밝아 왔다. 목이 마른 진희가 잠을 깼을 때 시계는 새벽 다섯시를 조금 넘고 있었다. 찬 얼음물이 속을 쏴 쓸어 내리자 미식미식하던 속이 그나마 조금은 편해 지는 기분이었다. 진희는 창가에 섰다. 어슴프레한 밖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보였다...
14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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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불을 밝히지 않은 방안인에도 서로의 얼굴 윤곽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환한 이유는 아마 바깥의 휘훵찬란한 네온사인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밤은 사람을 을씨년스럽게도 하지만 대담하게 만들기도 하는 마술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경인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대담하게 행동하고..
13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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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아니요...난 오늘 집에 가지 않아요] 느릿하게 한 풀 꺾인 음성이었으나 또릿하게 들려 재민은 한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경인은 그런 재민을 올려다 보며 싱긋이 웃었다. [미안합니다. 모셔다 드리지 못해서...제가 택시비는 드리고 싶어요.아니, 그러지 말고 재..
12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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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선애야, 너 아니?...그 남자...이 태준...그 남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넌 아니?] 불이 꺼진 <마리아>에서 진희와 선애는 둘이서 술을 주거니받거니 하며 밤을 밝히고 있었다. 선애도 적당히 취기가 오른 상태고 진희도 이제는 취한 게 역력해 보였다. 술..
11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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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네에...세 친구중 사랑과 거리가 가장 멀어 보일 것 같은 제가 교생을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진거죠. 거기다 영어를 담당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멋있게 보였겠어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선전포고를 하고 소위, 요즘 애들의 말로 작업에 들어갔어요. 물론 두 친구는 ..
10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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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그러니깐...고등학교때 얘기가 되겠네요. 세 친구가 있었어요.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친구와 왈가닥 친구, 그리고 낙천적인 친구. 삼총사로 유명했어요. 한 남자가 파고 들기 전까진.... 3학년 때 한 교생이 우리 교실로 들어 왔어요. 이름은 이 태준.....
9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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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마리아> 에는 언제나 그렇듯 손님이 많았다. 사장이 젊어서 그런지 이삼십대의 손님이 대부분이고 와중에 드문드문 사십대 손님들도 찾아 들었다. 그리고 모두 술맛을 알고 술에 관한 예의를 아는 손님들이었다. 그 흔한 시비 한 번 없었던 곳, <마리아&g..
8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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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3. 조심스레 재민이 내민 손을 잡았다. 따스했다. 투박해 보이는 것 같은 그의 손이 의외로 따듯해 선뜻, 경인은 빼고 싶지 않았다. [유...경인이에요] 경인의 작고 하얀 손을 힘있게 잡으며 재민은 흰이가 보이게 미소지었다. 남자는 여자를 그렇게 내려다 보았고..
7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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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꼼짝을 할 수 없었다. 핸들에 엎드린 채 경인은 미동도 않고 조용히 숨만 내쉬었다. 자신의 안전보다 상대편 사람-사람들일 수도 있었다-을 먼저 떠올렸다. ...많이...다친 건 아닐까?...어쩌지...어떻하면 좋지?... 무얼. 먼저.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해 하고..
6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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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부를 줄 아냐고?...직접 들어봐] 선애는 빈틈없이 잔잔한 경인의 표정을 눈여겨 보며 진희와 경인, 둘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궁금해 했다. 2. <마리아>에서 나온 진희는 곧장 <올드 랭 사인>이란 곳에 들어 섰다. 혼자 술을 마시기엔..
5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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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말 조심해...] 금방 녹아 버릴 듯 진희의 음성은 가라앉고 있었다. 경인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무관심한 눈빛으로 진희를 보았다. [네가 기대한 대답 아니야? 그럼 뭐라고 해주길 바란거니. 내가 게거품 물고 펄쩍 뛰길 바랬니, 바지 가랑이 붙들고 결혼 하지 말라..
4편|작가: 액슬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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