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소리없이, 빨리도 밝아 왔다.
목이 마른 진희가 잠을 깼을 때 시계는 새벽 다섯시를 조금 넘고 있었다. 찬 얼음물이 속을 쏴 쓸어 내리자 미식미식하던 속이 그나마 조금은 편해 지는 기분이었다. 진희는 창가에 섰다.
어슴프레한 밖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보였다. 곧 새벽이 밝아오고 아침이 문을 열면 세상은 다시 안전선밖으로 밀려 날텐데...
핸드백을 집어 들던 진희는 작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선애를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소파에 다시 주저 앉았다. 그리고 살며시 몸을 눕혔다. 지저분한 테이블 위 한 쪽에서 나뒹구는 휴대폰을 본 진희는 잠시동안, 경인에게 전화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경인이 외박을 한 적이...없었던 것 같은데...
구름 위에서 잠을 잔다고 생각했던 경인은 갑자기 무언가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음을 느끼고 답답해서 몸을 지척이다 눈을 떴다.
잠시...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는데 한참이 걸렸고 그러자 가슴이 금방 생겨난 듯 쿵쿵...거렸다.
남자...강 재민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잠들어 있었다. 아기같이 평화로운 얼굴로...
경인은 자신의 가슴에 자연스레 늘어져 있는 재민의 팔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도 그도 알몸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부끄럽다거나 천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낯설어 보일 뿐이었다.
옷을 갖춰 입은 경인은 잠들어 있는 재민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처음 만난 남자와 사랑을 했다...
그리고...그 남자와 이제 헤어져야 한다...
두번 다시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고 만나서도 안된다...
미련이...뭔지모를 바보같은 미련이,
그 작은 미련이 경인의 발목을 잡았으나 매몰차게 돌아섰다.
흔적도 없이...
집으로 그냥 갈까 어쩔까를 놓고 망설이던 경인은 까페로 차를 몰았다. 그때가 아침 여섯시였다.
코트를 벗던 경인은 구석의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는 선애와 진희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두 사람은 경인이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잠에 빠져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두 사람이 혹여 깨기라도 할까봐 조용히 몸을 돌리는 경인의 등뒤에 대고 진희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어디있다 이제서야 오는거야?]
부드럽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음성이었다. 경인은 짜증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너 외박같은 거 한 적이 없잖아? 왜 전화는 꺼놨어?]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면 내가 대답을 하겠지만 니 물음은 내 귀에 그렇게 들리지 않는데?...굳이 내가 대답할 이유는 없겠지. 내 사생활이야. 관심 꺼]
[너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도 아니잖아]
까페를 비운데 대한 비난이었다.
[선애 혼자서도 감당해 낼 수 있어. 입씨름은 그만하자. 선애 깨면 곤란해...아침이나 만들어야겠어. 먹고 가]
경인은 곧장 주방으로 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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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목감기를 심하게 걸리는 바람에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기침때문에 머리가 띵하네요.
회복되는대로 제대로 글을 올려 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