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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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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BY 액슬로즈 2003-03-11


불을 밝히지 않은 방안인에도 서로의 얼굴 윤곽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환한 이유는 아마 바깥의 휘훵찬란한 네온사인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밤은 사람을 을씨년스럽게도 하지만 대담하게 만들기도 하는 마술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경인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대담하게 행동하고 내일이면! 분명 내일이면 후회할지도 모를 일을 저질르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면서도 재민을 보낼 수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 누군가가 재민이라면 기꺼이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재민은 정결하고 매끄러운 그녀의 머리속에 손을 넣고 잠시동안 그 감촉을 즐기면서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묻고 있었다. 진정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를...그녀의 눈이 대답을 보냈다. 내 행동,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나이라고...
재민의 입술이 웃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 보드라웠다. 아기의 피부처럼. 재민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자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재민의 접근을 허용하겠다는 듯 살며시 열려 있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이 닿는 순간 재민은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몸이 순식간에 반응을 한 것이다. 그 작은 접촉에 재민의 몸이 한껏 달아오른 것이다.

그의 입술이 와 닿는 순간 경인은 가슴이 뛰기 시작함을 알았다. 분명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닌데도 설레고 두근거리고 뭔지모를 부끄러움이 일었다. 그의 손이 머리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입맞춤이 시작되었는데도 경인의 몸은 뻣뻣하게 굳은 채 꼼짝을 않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그의 입술이 강렬하게 부딪혀 오면서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다른 한 손은 허리를 날렵하게 감아왔다. 경인은 헉 소리를 삼키며 가슴이 미친 듯, 마치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뛰기 시작하는 걸 알았다. 그의 입술이 완벽하게 경인의 입술을 점령하고 경인에게서 반응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감미로웠다. 머리속으로 나른한 기운이, 가슴안으로 터질듯한 열정이, 하복부에는 뜨거운 그 무언가가 피어오르며 경인으로 하여금 무언가 갈망하게 만들었다.

...그와의 키스도...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이렇게 갈구하 듯, 갈증을 유발하지는....!

경인의 손이 저절로 그의 가슴을 향해 나아갔다. 머리속이 하얗게 비워지고 있었다. 어지러운 듯 경인은 더욱 더 꼭 눈을 감았다.

재민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재킷을 벗었다. 그녀가 반응을 보이자 재민은 이제 그녀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지려 했다. 빨리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 모든 걸 천천히, 하나하나 음미하듯 하면서 그녀를 안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재민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달콤하게 자신을 고문하고 있었다. 재민은 그녀의 팔을 잡고 자신의 목을 감싸게 하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안고 자신에게로 밀착시켰다. 자신의 욕망을, 재민이 그녀를 얼마나 절실히 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한치의 빈틈없이 당겨 안았다. 그녀의 가슴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심하게 뛰고 있음을 느낀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었다.
재민은 스스로 셔츠를 벗고 맨가슴에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숨소리가 가쁘게 들렸다. 날렵한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던 재민은 우아한 굴곡을 지나 엉덩이를 움켜쥐고 자신의 중심부로 끌어당겼다.

딱딱한 그의 남성이 자신을 짓누르자 경인도 이제는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오직 그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자신과 그. 그렇게 둘이만 있다고,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을 뿐이라고. 다른 건 그 순간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경인은 자신이 어느새 침대위에 누워 있고 그가 위에서 자신을 누르고 있음을 알았다. 이제 두 사람의 숨소리는 누구랄것도 없이 거칠게 내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손길이 급해지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바지속에서 티를 꺼집어내자 경인은 자진해서 벗었고 손수 브레지어도 벗어 던졌다. 해방된 기분이었다. 답답한 속앓이 중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재민은 감탄해 마지 않았다. 출렁이 듯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의 우유빛 젖가슴. 조심스레 손을 뻗어 만지자 작은 떨림이 지나갔다. 역시 부드럽고 따스했다. 한 손 가득 차는, 모든 남자들이 숭배해 마지않는 여자의 가슴... 남자들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는 건 여자의 그곳이 아니라 바로 가슴이란 걸 다시 한번 실감하고 깨달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아이가 엄마의 젖을 찾듯 재민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가슴을 향해 내려갔다. 재민은 힘있게, 때로는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유혹했다. 가느다란 그녀의 신음소리는 서서히 재민을 열정의 도가니속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재민의 손이 그녀의 바지 단추를 열고 지퍼를 열었다. 잠시 몸을 일으킨 재민은 재빨리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벗겼다. 그녀의 손이 순간적으로 그곳을 가렸다. 재민이 눈을 들어 그녀의 촉촉히 젖은 듯한 눈동자를 지긋이 내려다 보았다.
머리를 쓸어넘기며 재민은 심호흡을 했다. 잠시동안 이성이 재민을 붙잡았다.

[지금이라도...늦지 않았소. 망설인다면...!]

욕망이 잠긴 음성으로 재민은 마지막 기회를 그녀에게 주었다.


벌거벗고 남자 앞에 누워 있는 게 약간은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경인은 돌아서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끝까지 가고 싶었다.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걸 경험하고 싶었다. 경인은 자신이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왔음을...
그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경인은 미소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참...난 당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경인은 그의 배려에 가슴이 훈훈해졌다. 그런 말 할 수 있는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앞서 여자를 먼저 배려하는 남자...

[안심해도 되요]

그 한마디에 그는 일어나서 자신의 옷을 전부 벗었다. 경인은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그의 벗은 몸이 다가왔다. 다시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뜨거운 입김을 경인의 입안으로 불어넣으며 그의 키스가 다시 시작되었다. 뜨겁고 강했다. 경인의 손이 그의 등으로 향했다.

사람의 온기가, 사람의 맨살이 그렇게 따스하고 안정감을 준다는 거. 경인은 처음 알았다. 비록 이름외에 아는 게 없는 남자지만 그와 살을 맞대고 있자니 낯설지가 않았다.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경인은, 자신의 몸이 그를 기다린 듯 반응하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는 마술사 같았다. 부드럽게 어루만져야 할 곳은 한없이 부드럽게, 강렬하고 힘있게 만져야 할 곳은 그렇게 했다. 여자를 사랑할 줄 아는 남자의 손이었다.

깊은 키스는 끝날 줄 모르게 이어지고 남자의 손은 소중한 보물을 만지 듯 여자의 가슴과 그 아래, 비밀의 신비속을 조심스레 탐험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가느다란 신음 소리와 남자의 힘있고 거친 신음 소리가 잠들지 않는 밤을 만들고 있었다. 밤의 축복이 여자와 남자의 손길안으로 들어 왔다.
남자는 사랑을 어루만지는 전령이요. 여자는 사랑을 머금는 요정이었다.

여자의 목이 뒤로 꺾이자 남자는 그런 여자를 보호하듯 힘있게 안았다.

밤은 그렇게 두 사람과 함께 깊어지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의 사랑스런 신음소리를 자장가 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