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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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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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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액슬로즈 2003-02-22

[부를 줄 아냐고?...직접 들어봐]

선애는 빈틈없이 잔잔한 경인의 표정을 눈여겨 보며 진희와 경인, 둘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궁금해 했다.


2.
<마리아>에서 나온 진희는 곧장 <올드 랭 사인>이란 곳에 들어 섰다. 혼자 술을 마시기엔 그만인 곳으로 가끔, 아주 가끔 혼자 들리는 곳이었다.
웨이트가 아는 척을 하며 진토닉을 만들어 진희앞에 놓았다.

[오랜만입니다]

진희는 대꾸없이 고개만 숙여 인사를 받았다.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자 진희는 그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아 짧은 숨을 토해 냈다.
언제부터든가...?
진희는 처음 술을 마셨던 날을 떠올렸다.
생애 가장 지독했던 날.
죽어도 죽어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잊을래야 결코 잊을 수가 없는 날.
그 날,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 병원으로 실려 갔었던 기억을 꺼집어 내는 진희의 표정은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나 큰 잔으로 스카치 스트레이트]

취하고 싶었다. 취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경인에게 달려가 결혼하지 못하게 말려 달라고 할 것만 같았기에...
경인을 생각하자 또 다시 눈물이 났다.
그녀 앞에서 흘리지 못하는 눈물은 돌아서면 터진 봇물처럼 줄줄이 나오곤 했다.
죄책감에서 오는 눈물인지,
서운함이 늘 서운해 나오는 눈물인지,
이제는 모호해 졌다.



[노래 실력이 녹슬지 않았네]

선애를 비롯해 까페안의 모든 사람이 놀라움의 시선과 박수를 보내도 경인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무슨 일이야? 니가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된 그 이유가 뭐냐구. 진희 다녀갔단 소리 들었어. 무슨 일 있었나?]

경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카운트로 가더니 코트와 가방을 챙겨 들고 나왔다.

[몇 시간만 나갔다 올께. 늦으면 대충 정리하고 가]

[뭐? 야가 지금...어라?]

경인은 그대로 나가 버렸다.따라 가서 붙들고 캐물어 보고 싶었으나 얘기해줄 경인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선애를 전화를 들고 진희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받을 리 만무했다.

[얘들이 지금 날 왕따 시켜?]


경인은 마음 가는대로 무작정 운전대를 잡았다.
안다.
진희가 왜 그런 소리를 하고 갔는지 잘 안다.
10년이나 넘게 진희와 한 길을 걸어 오고 있는데 모를 리 없다. 비록, 그 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있기는 해도...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한산한 호숫가를 따라 경인은 차를 몰았다.
11월이라 그런지 바람은 제법 싸늘하게 와 닿았다. 그런데도 경인은 차 문을 올리지 않았다.
부드럽게 머리를 만져주는 바람의 향기가 싫지 않았다.
경인은 무작정 달리다 옆으로 빠지기 위해 차를 꺾었다.
순간, 앞에서 내려 오는 차를 미처 보지 못했다.
아차! 하며 핸들을 꺾었으나 일말의 차로 그만 충돌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