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카게 살자!
아침 일찍 차를 몰고 교회에 갑니다.
깜박 잊고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요.
근처 아파트 앞을 지나려는데,
도로에 하얀 쌀자루 같은 것이 버려져 있습니다.
안에 뭔가 들어있는지 볼록합니다.
맞은편차선 중앙 길바닥에 퍼져있는 그 자루를 피하느라 오가는 차들의 진행이 순조롭지 못합니다.
서로 비켜가며 서행을 합니다.
지나가던 저도 브레이크페달을 밟으며 조심스레 창밖을 내다봅니다.
얼핏 봐서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짐작되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볼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물건을 찾아 돌아오는 길.
차들이 포대자루를 피해가느라 늘어서 있거나 꼬불꼬불 S자 운행을 합니다.
자루 앞에 거의 다가왔을 때, 저의 오지랖 근성이 부글거리기 시작하네요.
비상등 켜고 도로중앙에 차를 정차시켰습니다.
얼른 차문 밖으로 나가 문제의 하얀 자루를 번쩍 집어 들었지요.
별거 아니었습니다.
그냥 쓰레기뭉치를 담아놨는지 가볍기가 그지없었지요.
쌀이라도 들었으면 냉큼 싣고 후다닥 달려왔을 텐데요.
뒤에 바짝 따라오던 차도 멈춰 섰기에, 도로변 인도위로 자루를 치워놓고 집 쪽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꼭 초등생이 바른생활시간에 배운 것을 실천한 것 마냥 기분이 좋더군요.
다들 요리조리 피해가느라 거들떠보지도 않던 쓰레기를 달려가던 아줌마가 용기 내어 해결했노라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짜식들! 나처럼 살란 말야!’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도 된 듯 혼잣말을 합니다.
나온 김에 은행과 마트에도 들려야겠네요.
현금지급기 앞에 서서 카드를 집어넣으려는데,
화면위에 누군가 커피를 쏟았는지 갈색 얼룩이 굉장합니다.
‘이건 또 뭐야!’ 구시렁거리며 옆에 기기로 옮겨 일을 봅니다.
그냥 돌아 나오려는데, 이놈의 바른생활아줌마 근성이 또 속에서 꿈틀거립니다.
아! 진짜 차카게 살기 참 힘드네요.
은행창구 앞에 놓여있는 티슈를 적당히 뽑아와 마치 직원처럼 화면을 깨끗이 닦았지요.
내 뒤에 올 사람을 위해서.
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저는 허공을 향해 씩 웃습니다.
아마도 오늘은 위에 계신 분께서 테스트하려고 두 가지 미션을 보여 주셨나봅니다.
정말이지 영화에서 어느 조폭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 ‘차카게 살자!’를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네요.
그래도 몸은 좀 귀찮았지만 마음만은 솜털이 되어 팔랑팔랑 간지럽게 날아다닙니다.
누가 보든지 안보든지 이제부턴 차카게 사는 아줌마가 되어야겠다고
저 혼자 굳게(?) 다짐을 해봅니다.
2015년 6월 8일
착한(?)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