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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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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일까?


BY 박예천 2015-06-11

                   누구일까?

 

 

 

집에서 자동차로 십 여분 거리에 밭이 있습니다.

농사를 짓게 된 햇수가 올해로 삼년이 되어갑니다.

워낙에 산비탈 황무지였던 땅이라 지금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 동네 어르신들이 오가며 깜짝 놀라십니다.

초보농사꾼이지만 작물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크지요.

풀 한포기 없을 정도로 땀 흘려 김을 맸기에 우리 밭은 누구네 집 정원보다 아름답기만 합니다.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밭을 구경하겠다며 와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세상에! 이 밭은 밥풀이 떨어져도 주워 먹을 수 있게 깨끗하구만!”

 

요즘 남편과 저는 밭 윗자락에 위치한 공유지를 개간하느라 허리가 휘도록 땀을 흘립니다.

검정콩과 팥을 심을 계획이지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넓은 면적의 밭이 있는데 땅 욕심이 왜 그리도 많은가 하겠지만, 이유를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원래 그곳은 도면상 하천으로 되어있습니다.

처음 밭을 샀을 당시 꼴이 엉망이었지요. 온 동네 쓰레기는 다 모여 있었습니다.

비닐, 빈병, 낡은 신발에서 사기그릇부스러기까지 마구 갖다 버렸더군요.

남편혼자 그곳을 다 정리했습니다.

그랬음에도 수풀이 우거지자 또 쓰레기들을 몰래 갖다 버립니다.

참으로 양심 없는 사람들이지요.

고민하다 생각해 낸 것이 그곳을 밭으로 개간하기로 한 것입니다.

뭔가 정리되고 작물이 자라고 있다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지요?

곡괭이로 찍어대는 남편 옆에서 열심히 돌을 골라냈습니다.

손가락이 욱신거릴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조금씩 다듬어지는 밭 모양새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오늘도 마무리 작업을 하러 밭에 들렀지요.

먼저 심어놓은 채소들을 둘러보던 남편이 갑자기 다급하게 저를 부르네요.

여보! 이리 와봐. 어째 양파가 줄어 든 것 같지 않어? 여기 이거 이상하지?”

남편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발갛게 익은 방울토마토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삼 미터쯤 떨어진 고랑에 발로 밟은 듯 터진 채, 덜 익은 방울토마토 한 개랑 같이 던져져 있네요.

누군가 따서 버렸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상황입니다.

양파 밭도 이상합니다.

뽑아내고 흙을 가린 흔적도 있고, 숫자가 좀 줄어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 것일까요?

집집마다 대문도 달지 않고 사는 동네라며 인심 좋다 소문난 곳인데 말이지요.

 

얼마 전 새로 집을 지은 옆집 사람들의 소행인 것 같다며 남편이 의심을 합니다.

심증만 가득한 채 영 찜찜한 마음이 남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니 감시를 할 수도 없습니다.

“CC티브이라도 설치해야 겠어!”

인상을 구긴 남편이 툴툴대며 말합니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자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려는데, 남편이 양파고랑을 걸어가며 숫자를 셉니다. 수확을 앞둔 양파의 개수를 세는 것이지요.

그러더니 양파두둑 앞쪽마다 나뭇가지로 땅을 벅벅 파서 숫자를 새기네요.

여긴 서른여섯 개....., 여긴....,”

옆에서 지켜보며 혼자 깔깔 웃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간 큰 사람이 우리부부가 애면글면 일궈놓은 작물을 훔쳐 간 걸까요?

포기마다 숫자를 세면서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니 저도 범인(?)이 궁금해집니다.

정말 그 사람이 누굴까요?

 

 

2015611

우리 밭 도둑님이 궁금한 날에.

 

 

 누구일까?

 우리부부가 개간하는 돌짝밭입니다. 수풀을 걷어내고 골라낸 돌로 담을 쌓았지요^^

  

 

  누구일까?

   가뭄 속에 정성껏 물을 길어다 주었더니 첫수박이 열렸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