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뿌린 씨앗이라고?(7)..
헛걸음으로 귀가한 시간이 밤 9시쯤이었다. 빈 집을 홀로 지키고 있던 강아지가 격하게 흥분하며 반겼다. 남편이 없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별 볼일 없는 남편이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인생선배들의 말씀이 경험해보지 않은 탓인지 그닥 크게 와..
110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453|2010-12-27
내가 뿌린 씨앗이라고?(6)..
“뭐야, 또 뭔 일이 생긴 거야? 왜 그러는 건대?” 벌써 혀가 말린 소리를 한다면 몇 시부터 술을 마셔댔다는 건지... 별거가 시작되고 더욱 가족을 등한시 했던 남편이었지만 술 취한 모습이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가던 차였다. 하지..
109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448|2010-12-25
내가 뿌린 씨앗이라고?(5)..
“나는 잘하고 있다는 자만심, 원망, 댓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찬 불만들. 그런 마음을 숨긴 채 남편을 대하지. ‘문둥이 자슥, 웬수 같은 인간‘ ,속으론 이를 득득 갈면서 말이야. ’저 인간 때문에 내 인생 종친 거다‘ 꽁한 마음!” 나를 지긋이 응시..
108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3,167|2010-12-21
내가 뿌린 씨앗이라고?(4)..
지나온 내 모든 결혼생활의 삶은 결국 허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장롱 속에 옷이라고는 모두가 시장 표였고 하나같이 짧게는 몇 년부터 길게는 큰 놈의 나이보다도 오래된 옷들뿐이었다. 수술자국 투성이 속옷은 내 돈 주고 사 본 적이 없었고 내 발에 끼울 변변한 양말조차..
107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731|2010-12-17
내가 뿌린 씨앗이라고?(3)..
어쩜 그는 결국 내 소원의 절반을 이뤄준 건지도 모르겠다. 두 번의 가벼운 교통사고와 여전히 곳곳에서 날아오는 압류장, 불쑥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들어 왔으며, 방금 퇴근해서 들어온 사람처럼 밥을 찾기도 했지만 집에서 자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는 밥 달라는 것만치나 불쑥..
106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472|2010-12-07
내가 뿌린 씨앗이라고?(2)..
“너란 인간 정말 싫어. 진절, 넌더리가 난다고. 제발, 날 좀 놔줘. 양심이 있다면 차라리 그냥 우리들 앞에 나타나지 말아달라고!!! 어떤 년이랑 바람을 피우든, 살림을 차리든 상관하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더는 우리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란 말이야!” 어느새 목소리는..
105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037|2010-12-05
내가 뿌린 씨앗이라고?(1)
며칠 전, 오후 6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집 전화가 울린 시간이. 발신자번호가 찍히지 않는 전화기를 받아들 때까지 상대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수화기를 들자마자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은 ‘누구신가요?’를 뜻하는 상투적인 말투였을 게다..
104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481|2010-12-03
빙판.
전날 내린 눈이 빙판을 이룬 골목을 걷는 순간 문득, 시도 때도 없이 미끄러지고 자빠지는 변덕스런 마음에 비유됐다. 17년 동안 가정을 지키고 있던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달랑 타자 400타 정도의 실력. 휑하니 허전한 이력서 한 면을 채우기 위해 출판했던..
103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805|2010-02-19
하지만...(8) 하지만은 ..
같은 아픔이반복 되다보면 아픔에 무뎌지는가보다. 그게 아니라면 습관적인 남편의 기만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음에도 잠시 현기증을 느꼈을 뿐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그대로 지나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완전한 포기였을까. 그를 지나쳐가는 몇 초 동안 치미는 분노에..
102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700|2009-12-31
하지만...(7) 힘들다는 ..
찬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정처 없이 거리로 내달렸다. 방구석에 누워서 세상모르고 태평하게 누워 자는 남편이란 존재에게‘어디가?’느냐는 질문이라도 듣게 될까봐 아니, 인간임에도 담긴 마음 없이 기계적인 목소리만 뱉어내는 그 입의 움직임을 다시 ..
101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092|2009-12-29
하지만...(6)-팔불출?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길고 긴 밤이었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그득한 방안으로 간간히 도로 위를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리가 흘러들었다. 야심한 밤, 자유를 만끽하며 달리는 그들이 부러웠다. 어미에게도 차가 있다면 몰고나가 그들처럼 어디론가 ..
100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214|2009-12-14
하지만...(5)-언제까지 ..
어미에게 죽음은 그림자와 동격이었다. 빛의 존재여부에 따라 사라졌다, 비췄다 할뿐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그림자와 같이 죽음이 그러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았을 땐 잦아들던 그것이 그렇지 않을 때면 뚜렷이 음습 진 상태로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곤 했다. 파랗거나, 어둔 밤..
99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2,623|2009-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