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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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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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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뿌린 씨앗이라고?(7) - 또 뭔 일이고!


BY 솔바람소리 2010-12-27

헛걸음으로 귀가한 시간이 밤 9시쯤이었다. 빈 집을 홀로 지키고 있던 강아지가 격하게 흥분하며 반겼다. 남편이 없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별 볼일 없는 남편이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인생선배들의 말씀이 경험해보지 않은 탓인지 그닥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온을 찾지 못하는 마음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남은 손가락이 스님이 계신 절의 번호를 두드리고 있었다.

“스님, 아빈엄마에요...”

“어!!! 보살님, 내 그렇잖아도 큰스님께 다녀갔다는 소리를 듣고 연락을 해본다는 것이, 깜빡 잊아뿔고 연락을 못했다. 어떻게 잘 지냈어요?“

신호음이 몇 번 가지 않아 한 결 같이 반색 가득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처음 만남부터 지금껏 번뇌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만 봬드린 변변치 못한 신도는 날이 거듭될수록 죄스러움이 커져만 간다.

“저, 경찰서에 아빈아빠 실종신고하고 들어온 길이에요.”

직설적인 성격을 어쩌지 못하고 상투적인 인사답례는 뺀 채 용건을 꺼내놓았다.

“왜사, 싸웠나. 또 뭔 일이고...!”

‘또 뭔 일이고...’스님의 그 말씀이 귓가를 계속해서 맴돌아 다녔다. 뜨거운 것이라도 닿은 듯 얼굴은 후끈 달아올랐다.

“전에 아빈아빠 갈비뼈 다치고 사무실에서 지낸다고 했었지요? 그게 자연스레 별거로 이어져 왔어요. 얼굴 볼일이 많지 않으니 굳이 싸울 일이 없었어요. 전, 아예 특별한 일 아니고는 연락조차하지 않고 지냈는걸요. 연락하는 것은 아빈아빠였지요. 뭔 일인지 저도 알고 싶네요. 뜬금없이 전화해서 애들 잘 키우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기에 다시 걸어보니 배터리가 다 된 건지, 아니면 일부러 꺼놓은 건지 전원은 꺼져 있구요.“

내 입은 덤덤을 가장한 채 염치불구하고 말을 잘도 쏟아내고 있었다. 점점 무지몽매한 인간으로 전락하는... 사방팔방 비참함으로 둘러싸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불쌍한 중생의 심정을 스님이 헤아려 주십사, 더는 바랄수도 없었다.

“...참말로 깝깝시럽다. 에미가 죽는다 지랄하지 않으니, 이자 아비가 염병이구마는... 애들은 무슨 죄고!“

스님의 강원도 특유의 걸쭉한 입담에서 진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아직 애들은 몰라요. 애들한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을 할 수가 없어서 스님께 전화 드려본 거예요.“

“......괜찮아, 보살님. 이상한 것 안 뵌다. 애들한테 얘기할 것 없어요. 그냥 마음 편히 하고 자. 그러고 있으면 연락 온다.”

-스님과 첫 만남을 가졌을 당시, 그분은 승복을 걸쳤으나 삭발은 하지 않은 차림새의 만신이셨다. 만신이셨던 스님의 친정엄마께서 당신의 딸만은 그 험난한 길로 접어드는 것을 볼 수 없으셨기에 묘책으로 일찍 시집을 보냈다지만 결국 그 업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림굿을 받아야 했다던 스님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딸을 셋이나 두고 계셨다. 자신도 죄업이 많아서 굴곡 진 삶을 살고 있지만 애들만 웬만큼 키워놓으면 불도에 귀의하고 싶다는 바람을 지니셨던 분이셨다. 머지않아 그 소망을 이루신 스님은 법명을 얻고도 지식이 부족하다며 불교대학까지 졸업하시는 열의를 보이셨다. 스님이 되신 후 신기를 누르고자 노력하신다더니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서 조언을 구할 때마다 전과 달리 답변대신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는 연습을 하라는 당부를 전해주시곤 하셨다. 하지만 너무도 막다른 삶의 길목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듯 도움을 요청하면 간간이 넌지시 건네주시던 말씀들, 그 직감이 틀린 적이 없으셨다.-

짤막한 스님의 답변으로 아이들에게 남편과의 일은 당분간 함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알겠어요. 그럼 푹 자지요, 뭐...”

“보살님...”

“네.”

“아이다...아무 생각 말고 푹 자요. 걱정할 것 없어요.”

다음에 통화하자는 서로의 인사를 뒤로하고 수화기를 놓았다.‘보살님...’ 차마 불러놓고 전해주지 못했던 말씀이 뭐였는지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보살님, 사람 사는 것 다 거기서 거기다. 크게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잘 산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대할 때가 있는데 보통사람과 다르기는 많이 다르더라. 뭔지 아나? 마음의 크기가 엄청시리 크더라. 아주 대범해. 나도 그런 사람을 볼 때 많이 배운다.’ 속 됨됨이 밴댕이 속알 딱지보다 작아서 매사에 전전긍긍하고 파르르, 부산떠는 내게 전해주셨던 언젠가의 말씀을 다시 되새겨주고 싶으셨을 스님의 심정을. 차마 잇지 못하신 귀한 말씀 침 튀겨가며 전해줘 봐야 소귀에 경 읽기보다 못한 우매함을 지닌 중생에게 통할리 만무함을 깨달으셨기에 함구하셨을 것임을...짐작할 수 있었다.

푹 자고 싶었다. 죽은 듯이 수면하고 싶은 것이 큰 바람이다. 우울증이 도저서 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던 언젠가부터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고 있다. 잠을 잘 수 없어서 수면제까지 먹고 있지만 잠깐 약에 취해서 잠들뿐, 깊고 길게 수면 속으로 빠져보지 못했다. 10시가 다 된 시간, 작은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후, 잘 통하지 않는 수면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서서히 잠이 찾아 왔다. 그러고 얼마나 잤을까. 머리맡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본능적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