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족.
핸드백을 소파에 올려 놓아도 자리가 남는 데 그 여자는 가슴에 책가방을 안듯이 그러고 앉아 있었다. 보험영업을 하다보니 정신과 의사가 나의 고객이 되어 찾아 갔더니 환자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 여자는 불안한 얼굴로 내내 창문만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점..
8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993|2006-05-10
은하수 목욕탕으로 가는 길.
날개비늘이 때였다. 하긴 남들이 나의 등에 솟아오른 날개는 늘 접어 등허리 줄기에 접어 넣었지만 새벽에 그것도 꼭 바람이 창문을 은근히 밀어대는 날은 근질 근질거려 뒤척이다 결국은 나 혼자 죽 죽 뻗어나오게 기지개를 폈었다. 그 때는 밤이 ..
8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228|2006-05-10
가지 않았습니다.
어버이날 이라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어버이를. 너무 멀어 아주 멀어 못 간것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성질 같아 선 전화로 얼른 이쁜 말로 포장을 하여 그럴듯한 선물도 택배로 부치고 대충 얼버무리고 싶었습니다. 좋은 게..
85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53|2006-05-08
괜찮은 오늘.
오월에 나는 결혼했다. 사실 가만히 오월달력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나의생일도. 나의 결혼기념일도 . 또 나라의 애경사가 많이도 들어있다. 오월이 되면 내 오랫동안의 지병인 역마끼가 또 순환을 한다. 여기저기 쏘다니는 직업이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영낙없..
84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100|2006-05-08
같이 살아 보겠니?
내 앞에 한 잔의 종이 커피컵보다 잔잔한 꽃무뉘가 있는 잔을 받치고 치자꽃 색이 스미는 식탁테이블 위에 두 개의 찻잔이나란히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것을 보고 싶다. 같이. 점심에는 이제 솎아내지 않으면 서로 뒤엉켜버려 그만 커버릴 것 같아 얼른 키작..
83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24|2006-05-06
시시한 비결
어렸을 땐 나보다 더 이쁜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나보고 그랬다. 못생긴 아이라고 나를 놀려 대었다. 우선 얼굴을 애기하자면 다섯살 때 심하게 홍역을앓아 그 흔적으로 얼굴에 주근깨가 다닥 다닥 열렸다. 안 그래도피부가 검은데 거기에다 검정 주근깨가 도배를 했으..
82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53|2006-05-04
보험금을 타지 마십시오.
분명히 보험에 가입했는데 증권과 약관을 잊어 버렷다고 다시 재발급한다고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던 그 여자. 처음 사무실 문을 열어 대번 문을 못 열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저기 계세요..... 들어오시라고 손을 내밀어 잡아 끌어다 겨우 자리에 앉아서 숨쉬는 ..
81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46|2006-05-03
무식하게 ,,,정지 했습니다..
내가 이놈의 손전화와 결별을 하던지 작살을 내던지 둘 중에 하나는 결정 해야한다. 그렇게 꼭 해야지 하면서 벌써 수년째 미뤄지고 미뤄지고. 툭하면 스팸성 문자와 난데없이 뜬금없는 웬 오빠를 찾는냐고? 그것도 새벽에 말이다. 영업에 있어 전화는 핏줄같은 존..
80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38|2006-05-02
야~~~! 임마?
아무래도 학교가 체질이 안 맞아서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서 고려 좀 해 보겠다고 저녁 상 둘러 앉아 있는데 별 힘도 들이지 않고 술술 애기한다. 하나 있는 아들이 내 정신 온통 빼가고도 모자른지 이젠 어지간한 말도 놀라지 않는데... 남편이나 나나 어리벙벙 숟..
79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53|2006-05-02
아이구 머리야~~~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니 미술선생님이 엄마를 찾았단다. 담임 선생님도 아니고 미술 선생님이 부모를 뵙자고 했단다. 왜 그러신다냐? 몰러.. 반신 반의로 학교를 찾아갔다. 아들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한다. 이번에 무슨 사생대회가 있는데 거기에 참가를 시켜보..
78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837|2006-04-28
성질 못 되 먹어 가지고
살면서 내 주위에 쌓여가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없는 것은 없다고 안 보여 모르지만, 있는 것을 뒤적거려 정리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나는청소를 잘 하지 못한다. 천성이 워낙 털털해서 어제 청소했으면 한 일주일은 괜 찮을 것 같은데 같이 사는 사람..
7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056|2006-04-27
한 번 살아보지...
나 혼자 꿈을 꿨으니 누구에게 해몽을 해 달라고 해도 갑갑하다. 자다가 누가 내 몸을 뒤 흔들어 깨워 손 목 잡혀 어리버리 살다가 지낸 세월이 벌써 사십년이 훌쩍 넘어 그제야 정신 번쩍 나는 몸뚱어리 주인의 눈을 들여다 본다. 손거울만큼 큰 얼굴에 분명히..
7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62|200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