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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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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오늘.


BY 천정자 2006-05-08

오월에 나는 결혼했다.

사실 가만히 오월달력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나의생일도. 나의 결혼기념일도 . 또 나라의 애경사가 많이도 들어있다.

 

오월이 되면 내 오랫동안의 지병인 역마끼가  또 순환을 한다.

여기저기 쏘다니는 직업이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영낙없이 바람이 나서 가정을 포기한 여자라고 그럴거다.

 

오죽했으면 남편이 가정을 선택혀... 이랬을까.

그래도 매 번 일년에 오?셈?어김없이 온다.

한 달 전체가 온 통 휴일같은 분위기인데.

엉덩이가 근질거리고 콧구멍에 송화가루가 날아 다닐때 쯤엔 트렁크 한쪽에 가스버너.

라면 몇 개. 담요 두장.을 저절로 챙겨 놓는다.

 

물론 남편에겐 어디로 가면 취나물이 많고, 이쪽으로 가면 고사리가 이제 비를 맞아 키가 크고 있을 거여... 혼자 갔다올까. 아니면 같이 갈  겨?

처음엔 내 질문에 어리방벙히 그냥 혼자가라고 하더니. 가면 이틀 삼일 소식이 없으니. 지금은 가자고 하면 만사 제치고 따라 온다. 두 번 묻지 않는 내 성격을 알기에.

 

이렇게 여행을 하도 다니니 근처에 구석구석에 계절나기를 하는 산이나 들의 표정이 날마다  틀리다는 것을 알았다. 사계절의 명확한 성격덕분에  네개의  나라를 가 본 것하고 똑같다.

여행기라든가 책을 많이 만나지 못하지만  눈으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이던 늘 푸른 들과 파란하늘에 젖어 있다.

 

요즘엔 취나물을 뜯으러 다닌다. 아침저녁에 잠깐씩 앞 산 , 뒷 산에 산행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곰취가 제법 키가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조금식 뜯어 상추와 곁들인 쌈을 먹으면 하루종일 입안이 향에 젖어 있다.

 

누가  오월을 만들었을까...

참 고맙게시리 이렇게 풍요롭게 살찌우는 여름 건널목을 건너게

시원하게 흐르는 계절의 강에 드문 드문 놓인 잘생긴 징검다리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 오늘이 오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