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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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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아 보겠니?


BY 천정자 2006-05-06

내 앞에 한 잔의 종이 커피컵보다

잔잔한 꽃무뉘가 있는 잔을 받치고

치자꽃 색이 스미는 식탁테이블 위에

두 개의 찻잔이 나란히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것을 보고 싶다. 같이.

 

점심에는 이제 솎아내지 않으면 서로

뒤엉켜버려 그만 커버릴 것 같아

얼른 키작은 순을 쏙쏙 뽑아

은빛 양푼에 나혼자 먹기에도 더 남을 것 같은

밥에 상추에 고소한 들기름에 비벼 먹을 때

너랑 마주보면서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아주 맛있게 들리지. 같이.  

 

어깨가 굳어오는 나이가 되면

내 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에만 가려운 곳이

등허리 옆 갈빗대에서 한 뼘만 올라가면

날개죽지만 자꾸 가려운데.

꼭 같이 있을때만 가려워.

왜그럴까 생각 해보았는데.

등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 걸 이제야 알았다.

나의 등은 꼭 36.5도의 따뜻한 손끝을 기억하지.

꼭 같이 있을때만  근질근질한 데.

 

늦은 오후엔 나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 줘.

그 자전거의 바퀴와 닮은 노을을 같이 보러 가고 싶다.

언덕배기에 선 내가 무거우니까  같이 걸어 올라가고

내려 올 땐 마구 함성을 올려도 지나가는 작년 늦가을의

갈대가 우릴 보아도 쑥쓰럽지 않은 관객들이지.

이제 곧 서쪽의 바람을 타고 기러기 한 떼가 날아

우리 머리위를 날아 갈거야.

우리 같이 배웅해주자..

어디를 날아가 던지 날개가  지치지 말라고.

그렇게 우리도 같이 살아 보겠니?

 

 

 

덧) 한 동안 이혼하자고  밥 세끼 먹듯이 심심하면 내 밷어 팽팽하게 신경질이 곤두서던 나를

      한 참을 주춤하게 했던 글입니다. 정작 이혼 만큼이나 치열하게 꿈틀거리게 했 던

      오기   였었나 봅니다.

      몇 년이 흐른 후에 다시 이글을 보니

      별 게 아닌 것이 큰 것을 놓치게 할 뻔 했구나         

      싶었습니다.    편안한  오늘은 참 다행입니다. 오늘이 참 고맙습니다.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