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꿈을 꿨으니 누구에게 해몽을 해 달라고 해도 갑갑하다.
자다가 누가 내 몸을 뒤 흔들어 깨워 손 목 잡혀 어리버리 살다가 지낸 세월이
벌써 사십년이 훌쩍 넘어 그제야 정신 번쩍 나는 몸뚱어리 주인의
눈을 들여다 본다.
손거울만큼 큰 얼굴에 분명히 반짝대는 검은 빛이 확실한데
이젠 정신이 나도 더 헷갈린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정표가 안 보인다고 핑계를 대고
길 물어보고 싶어도 만만히 길 물어 볼 이가 없다.
마당 한켠에 나와 같이 한 솥 밥을 먹고사는 개가 나를보고 앞 발을 흔들며
꼬리로 좋다고 흔들어 댄다.
참 무심하게 감나무가 연두잎을 빛나게 뚫고 올라오고 있는데
감꽃 목걸이를 하고 하나씩 빼먹던 내 어린기억에
어쩌다 이렇게 너하고 나하고 마주보고 앉은 오늘이
기가 막히다.
놀고 먹는 것.
아니면 잠시 휴식이라고도 해서 전혀 탓할 일도 아니건만
세상 시선이 그렇게 넉넉하게 젊은 혈기를 놀릴 태세도 아닌 것을 안다.
한심하게 보여도 내 얼굴이고 보니 뭐로 가리고 위장한다고 해서
달라질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자꾸 한 쪽으로 시선이 비틀어진다.
고깝게 여길 수도 있을 이 빌어먹을 지금.
누구에게 나의 오늘을 빌려달라고 사정을 할까...
미친년이라고 해도 그런 소리 안 들으려고 말 못하는 벙어리처럼 더 더욱 살고 싶지 않다.
그저 지까린다고 씨부렁거린다고 말만 해줘도 고맙다고 생각하며
헤벌쭉 웃는 오늘이고 싶다.
이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