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소풍
[아침 9시까지 버스 정류장에 나오세요] 길 안내를 해보기도 처음이다. 몇 해 전에 친구를 따라 기차를 타고 가 봤던 경기도 연천군 신탄리. 경원선 열차가 더 달리지 못해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외쳐대다 지쳐 끊어진 철길 마지막 동네. 의정부역에서 꽃그림이..
142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614|2005-10-26
인사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제일 먼저만난 사람이 200여 가구를 돌봐주시는 관리실 아저씨였다. 날씨가 참 좋다며 잘 다녀오라는 인사가 고마웠다. 다음엔 지나는 길에 들른 세탁소였다. 주소를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시던 사장님 대신 낯선 분이 다림질을 하고..
141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04|2005-10-25
1986년 10월21일 ....
1986년 10월 21일. 아침부터 옆구리가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첫경험이 있던지라 예정일이 닷새는 남았지만 예감은 자꾸 '혹시 오늘..?' 그러면서도 널부러진 아침 정리를 마치고 누운 자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시계를 응시했다. 규칙적인 진통이 시작되었다. ..
140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82|2005-10-21
그 아이
초등학교 4학년. 같은 반에 키가 겅충하니 크고 선한 눈의 아이가 있었다. 집이 부유해서 차림새도 좋았고 학용품도 좋았다. 제일 뒷자리에 앉은 그 아이는 수업시간에도 자유로웠다. 마음대로 복도에 나가고 마음대로 화장실에도 가고 어떤 날은 남의 반 체육 시간에..
139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1,974|2005-10-14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
어떤 사람은 먹는 것에 치중하고 어떤 사람은 옷 사입고 꾸미는데 관심이고 어떤 사람은 집안 꾸미는데 투자를 한단다. 앵겔지수가 높으면 후진국이라 했는데 요즘은 잘 먹고 잘 살자는 바람이 불어서인지 식생활비가 단연 으뜸이라는 보고를 본 적있다. 그런데 나는 특..
138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471|2005-10-13
초보농군 (9)
배추 모종을 하고 중간 비료를 뿌리고 물을 주러 가야 된다 싶었는데 비가 내려주었고 일이 생겨서 농장에 가지 못했다. 배추밭 빈 고랑에 심고 남은 쪽파를 집 앞 화단에 몇 알 심었는데 그것이 비가 오고 난 뒤 솔잎처럼 삐죽허니 싹이 나와 있었다. 배추가 얼마..
137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74|2005-10-10
여유
북한산을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비가 온다. 우중산행을 감행할 만큼 매니아는 아니어서 취소했다. 서리태를 섞어 아침쌀을 준비해 놓았고 도시락도 챙겨놓았는데 하릴없게 되었다. 목욕물을 가득 받았다 목욕용 소금이라는데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도 모르고 욕조에 넣어..
136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83|2005-10-07
호박
이웃 아우가 시댁에서 가져왔다며 애호박을 하나 주었다. 시장에서 사먹는 호박은 길죽한데 이 호박은 동그랗다. 애기 얼굴 만한 크기인데도 호박 속이 연했다. 굵직하게 썰은 호박에 양파와 새우젓을 넣고 국물 자작하게 볶았다. 양파가 들어간 탓인지 달작지근하고 부드러..
135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08|2005-09-30
하루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3번 출구 남산골 한옥마을 11시. 적은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고 확인해 가며 4호선 3번 출구로 나왔다. 매일경제신문사 사잇길로 200미터를 외운게 잘못이었나.적을 걸.. 그 사잇길을 찾느라고 앞만 보고 걷다보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
134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96|2005-09-29
초보농군 (8)
고추는 실패였다. 풋고추 한 번 따먹고 붉은고추는 구경도 못했다. 개인사로 게으름을 피운 죄가 크다. 지지대까지 세워주며 요란을 피웠는데 끝까지 보살피지 못하여 미안타. 마르고 시들고 병든 고춧대를 뽑아내고 배추모종을 심었다. 고추를 심을 때도 그랬지만 배추 ..
133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28|2005-09-24
그 사람은 내가 사랑이었을까
그 사람은 내 친구와 아는 사람이었다. 나이 차이가 있어서 나는 아저씨라고 불렀다. 가끔 친구와의 데이트 자리에 눈치없이 끼어 차 한 잔 얻어 마신 적은 있었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둘을 방해한 적은 없다. 어느날 둘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
132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23|2005-09-22
추석 5일전
오늘은 내 고향의 5일장이 서는 날입니다.제가 사는 동네는 대형마트가 근처에 없어서 주로 재래시장을 보는데 이곳은 고향 시장의 반토막도 안되는 규모인지라 몇바퀴 돌 것도 없이 눈에 띄는대로 몇가지 챙겨 오는 정도랍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언제 올 지 해가 삐..
131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26|200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