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200여 가구를 돌봐주시는 관리실 아저씨였다.
날씨가 참 좋다며 잘 다녀오라는 인사가 고마웠다.
다음엔 지나는 길에 들른 세탁소였다.
주소를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시던 사장님 대신
낯선 분이 다림질을 하고 계셨지만 늘 보던 사람처럼 인사를 하셨다.
사람을 편하게 하는 인상이어서 기분도 좋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섰는데
가끔 배달해서 먹는 자장면집 아저씨의 오토바이가 옆에 섰다.
꾸벅 고개 인사에 웃음 인사로 답했다.
방금 청소를 끝냈는지 빗자루를 든 사진관 아저씨께서 웃으신다.
한참 사진찍기를 해대던 작은아이의 심부름을 다닌 탓에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사진관을 막 지나는데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가 손을 흔드신다.
빈 택시를 잡으시려나 보다.
마침 빈 택시가 할아버지 앞에 섰다.
할아버지는 걸음이 많이 불편하시다.
지나는 걸음이라 택시 문을 열고 할아버지를 부축하여 태워 드렸다.
택시 문을 닫아 드리자 기사님도 할아버지도 웃는 인사를 보내셨다.
버스 정류장 옆에는 버스카드충전소가 있다.
한 평이나 될까 싶은 좁은 부스 안에는 복권도 있다.
껌도 있고 사탕도 있고 스포츠신문도 있다.
조그만 유리문으로 할머니 모습이 보인다.
언제나 밝은 얼굴로 지나는 사람에게 웃는 인사를 하신다.
오늘은 얇은 스카프로 목을 감싸고 계셨다.
지하보도를 지나고 부동산 사무실을 지나 김밥집을 지나
24시 편의점을 지나는 동안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동사무소 앞에서 만난 사람은 무척 바쁜 걸음으로 내 곁을 지나갔다.
동사무소 2층에 올라서자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있다.
어서오세요. 잘 지냈나요.왜 안오나 했어요.늦어도 올 줄 알았어요.
서로들 한 주일 간의 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따끈한 차 한 잔을 시작으로 먹향에 머무는 두 시간이 짧기만 하다.
크게 떠든 인사가 아니어도 짧게 나눈 눈인사라도 좋다.
방금 내게 언짢은 일이 있었다 해도
누군가가 건넨 인사는 웃게 만든다.
웃음과 인사는 우리가 사는동안 지녀야 될 상비약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