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먹는 것에 치중하고
어떤 사람은 옷 사입고 꾸미는데 관심이고
어떤 사람은 집안 꾸미는데 투자를 한단다.
앵겔지수가 높으면 후진국이라 했는데
요즘은 잘 먹고 잘 살자는 바람이 불어서인지
식생활비가 단연 으뜸이라는 보고를 본 적있다.
그런데 나는 특별히 잘 해먹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집을 꾸미는데 치중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가꾸는데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데 돈도 별로 없다.
한마디로 부자가 아니다.
얼마전에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다.
미련을 떨다가 결국은 병원행이었는데 그때 병원비가 참 아까웠다.
평소에도 병원비만큼은 아깝다는 생각이었는데
하찮은 병으로 지출되는 돈이 꼭 갖다 버리는 것 같았다.
건강이 최고라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진리를 깨달으며
다음 날로 복숭아를 한 박스 샀다.
나는 복숭아를 좋아한다.
황도,백도 ,천도 다 좋다.
노란 물이 줄줄 흐르는 황도의 맛은 기가 막히다.
복숭아는 어릴적 과수원 옆에 살면서 얻어먹고 주워먹은
과일이었고,커서도 그 복숭아의 단맛이 좋았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복숭아 값이 싼 게 아니었다.
한참 철에도 비싸서 쉽게 사먹지 못했는데
몸살을 앓으며 누웠으니 껍질 술술 벗겨지는 단맛나는 복숭아가
천장 가운데서 아른거려서 몸살이 더할 지경이었다.
내 주먹보다 더 큰 복숭아 한 박스를 사다가 선 자리에서
두 개를 벗겨 먹었다.
앓아봐야 나만 손해고 병원 갖다 주는 돈으로 잘 먹자고 다짐했다.
족발이 먹고 싶다는 큰아이.
그래 먹자.
치킨이 먹고 싶다는 작은아이.
그것도 먹자.
과일도 떨어지지 않게 채워 넣었다.
대하도 먹고 전어도 먹고 우족도 고우고 한동안 먹는 것에
치중해서 앵겔계수 올려 놓았다.
월말 가계부 정리하다 전월보다 오른 지출내역에 눈이 동그래진다.
아무리 살펴봐도 줄여야 될 곳이 없다.
먹는 것이라도 아껴야 축의금도 내고 부의금도 내고
돌집 아이 내복이라도 한 벌 건네지.
5년 전에 산 가죽 단화를 지난번 비 오는 날 신고 나갔다가 양말이 젖었다.
그걸 버리고 15000원을 주고 시장표 단화를 한 켤레 샀다.
유명 신발 모조품이란다.
내가 신으면 진짜같이 보일거라는 말에 아이가 어이없이 웃는다.
치킨 한 마리 값이 한 해는 족히 지낼 신발 값이니
한동안 작은아이는 치킨 구경 힘들지 싶다.
자린고비 에미라고 입 나올 것 같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데
때깔 고운 귀신이 되기는 힘들랑가.
마침표 찍고 나니 갑자기 뜨끈한 추어탕이 생각난다.
치킨값이 신발값이라는 계산은 건지지 못하는 시궁창으로 던져 버리고
[외식 어때?추어탕으로..]
이런 문자나 보내볼까?
어차피 둘이 먹어야 되는 저녁 같은데 말이지.
먹고 죽은 구신은 때깔도 곱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