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옴에.
나이가 들어감을 속이지 못하나보다. 갈수록 게으름이 몸에 배어 집안의 모든 집기들은 이사올 때 자리를 정하고는 그냥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붙박혀있다. 예전같으면 마음에 들지않으면 가구밑에 담요를 깔고 이리저리 옮기고 작은 소품들도 수시로 자리바꿈을 했지만 밑바..
22편|작가: 수련
조회수: 1,227|2004-09-24
태풍'메기'가 온단다.
밭을 일구기 전에는 큰 태풍이 와도 아파트 베란다 창에 테이프로 붙이고, 문을 꼭꼭 닫아걸고는 농촌지역이나 침수지역에 피해가 없이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올 해 부터는 우리도 태풍이 온다고 며칠전부터 매스컴이 난리를 치면 밭에 나가 배수가..
21편|작가: 수련
조회수: 1,299|2004-08-19
더위와 힘겨루기~
더위가 시작 할 무렵. "올 더위는 10년만의 지독한 무더위라는데 에어컨하나 들여놓지" 그러나, 됐다며 고사하는 나의 고지식한 고집에 남편은 더 이상 에어컨 이야기는 거론하지 않았다. 당신은 온 종일 시원한 사무실에 있다가 저녁 한 나절만 버티면 되지만 그나..
20편|작가: 수련
조회수: 1,343|2004-07-31
풀을 뽑는다
풀을 뽑는다 아니다 뽑아낸다 아니다아니다 호미로 파낸다 오늘 파내면 내일은 돋아나지 않겠지 묻어둔 창자속의 잔재가 끈질긴 잡초처럼 땅 위로 밀려 올라오는 아픈 기억의 상념들 허망스레 지나가는 빈 바람에 미욱한 가슴을 드러내고 천연스레 흘러..
19편|작가: 수련
조회수: 1,380|2004-07-08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 석제의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들어가면서> 이 단편은 제 2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이다. 성석제는 이 책에서 열 달에서 두 달 모자라 태어난 팔푼이로 태어난 황만근으로 하여금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런 능청스러운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
18편|작가: 수련
조회수: 1,909|2004-06-18
동화 [오세암] 작품론
제목 정채봉--『오세암』 시작하면서동화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수많은 창 (窓) 중의 하나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이고, 동화는 세상의 모태이며, 정채봉의 동화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다시 환기시켜준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정채봉의 동화를 읽..
17편|작가: 수련
조회수: 1,757|2004-06-18
밭에서 (3)
상추,열무와 키재기를 하는가 풀이 뽐내듯이 쑥쑥 자란다 저희도 요샛말로 相生인가 언덕배기 찔레꽃 향기에 오금이 저려온다 허리 펴고 일어서는데 어느 새 저 멀리 해는 나를 감싸며 붉은 노을로 물들인다 하루가 저물면서 뛰엄뛰엄 불 빛이 돋아나고 개구리울음소리 점점 커지는데..
16편|작가: 수련
조회수: 1,589|2004-05-31
참개구리 가족의 합창 (짧은..
아직은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른봄이지만 경칩이 지나자 엄마개구리와 아빠개구리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알을 낳기 위해 여기저기 웅덩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우와 여기에 작은 연못이 생겼네. 알을 낳기에 적당한 것 같아"아빠개구리는 엄마개구리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
15편|작가: 수련
조회수: 1,709|2004-05-28
밭에서 (2)
보라색 저고리 곱게 차려입고 수줍어 고개 다소곳한 그녀가 그리워 맨땅에 씨앗 한 웅큼 뿌렸다 올챙이들 개구리 되어 뛰어오를 즈음 연두 빛 작은 떡잎 두 개 살풋이 고개 내밀어 햇볕에 그을은 내게 눈 맞춤하는데 늘어선 풀들이 콧 등을 간들거린다 줄 하..
14편|작가: 수련
조회수: 1,803|2004-05-27
뿌리
뿌리아침 흙마당을 쓰는데밭고랑과 마당의 선을입에 물고 있는 돌 하나아무리 쓸어도 쓸리지 않는다내가 한발에 힘을 주면이 마당의 주인이 누구냐고 따지는 것처럼꿈쩍도 않는다그렇지세상은 나만 사는 것이 아닌 것을간밤에 내린 비로온몸이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도제 영역 지키기 위해..
13편|작가: 수련
조회수: 1,352|2004-05-12
소중한 추억들
아이들방 정리를 하다가 내가 애들에게 보낸편지들이 나와서 정리하다말고 퍼대어 앉아 읽어보았다.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말수가 적어지고 방에 들어가면 잘 나오지를 안해서 속이 많이 상했었다. 학교에서 늦게와도 왜 늦니하고물어도 '그냥..
12편|작가: 수련
조회수: 1,415|2004-05-08
딸이 있어 참 좋다
"엄마, 첫 월급 탔는데 이번 주에 내려갈게요"덧붙여 대구에 계시는 이모도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이 없이 혼자 사는 이모가 마음이 쓰이나 보다.교대에 들어갈 때, 딸아이는 적성에 맞지않는다며 엉덩이를 내밀었지만 남편이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바람에 많은 갈등속에 ..
11편|작가: 수련
조회수: 1,417|200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