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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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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추억들


BY 수련 2004-05-08

 

아이들방 정리를 하다가 내가 애들에게 보낸편지들이 나와서
정리하다말고 퍼대어 앉아 읽어보았다.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말수가 적어지고 방에 들어가면
잘 나오지를 안해서 속이 많이 상했었다.

학교에서 늦게와도 왜 늦니하고 물어도 '그냥요'
한 마디면 끝이고,공부를 왜 안하냐면 '하면 되죠'

그 말 한마디면 더 이상 나는 말문을 닫아야했다.
.
아들과 마주하고 말을 하다보면 감정이 앞서서
큰 소리도 나오고 나중에는 손도 올라가고,
한 대 맞아주면 덜 화가나는데 나보다 키큰놈을 올려다보고
때릴라치면 내손보다 더큰 손으로 막으면 한대도 때리지를
못하고 헛 손질만 하니 화가 더나기도 했었다.

그러니, 차라리 다른방법을 강구한것이 궁여지책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편지를 쓰면 차분하게 나의 속상함을 털어놓을수도있고 감정을 억제할수있어 좋았다.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다음 날 학교가고나서
방에 들어가보면 내 편지는 설합속에 들어가있고 대신 간단한 답장이 놓여있다.
;엄마, 미안해요.어제는 시험이 끝나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중학교,고등학교때도,대학교때도
아이들에게 많은 편지를 보내었다.
지금은 메일로 영상편지를 보내니 더 멋있는 편지가 된다.

아들은 내가 세번보내면 한번정도 답이 오지만
딸은 즉각 '엄~마' 하면서 회답을 보낸다.

머리가 커지면서 아들과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어 번 메일로서 아빠,엄마의 사는 이야기들을 보내면
한참이나 지나야 안부메일이 온다.
이제는 아들놈의 여자친구에게 밀려나나보다.

남편에게는 언젠가 싸우고 장문의 편지를
써서 건네줬는데 그뒤 영영 답장은 받아보지 못했다.
쑥쓰러운지 며칠동안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연애편지는 잘도 쓰더니....

아이들이 네게 보낸 편지들, 또 내가 보낸 편지들을 소중하게 한 봉투에
담아두었다.
이다음에 좋은 추억거리가 될것같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