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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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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힘겨루기~


BY 수련 2004-07-31

 

더위가 시작 할 무렵.

"올 더위는 10년만의 지독한 무더위라는데 에어컨하나 들여놓지"

 

그러나, 됐다며 고사하는  나의 고지식한 고집에 남편은 더 이상 에어컨 이야기는

거론하지 않았다. 당신은 온 종일 시원한 사무실에 있다가 저녁 한 나절만 버티면

되지만 그나마 마누라 생각해주느라 말을 꺼냈는데 한마디로 거절하니 두번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어제는 집 근처 농협에서 세금을 내고, 문을 나서기가 싫어 편하게 앉아 월간지를 보다가

우연히 고개를 드니 안 쪽에 앉은 남자직원의 노려보는듯한 눈과 마주치는 순간

아차싶어 보던 책을 슬며시 내려놓고 일어섰다. 염치없는 여인네가 되어

시원하다못해 냉기까지 흐르는 실내 온도에 잠시 내 위치를 잊고 책에 몰두하고 있었나보다.

 

어찌된 셈인지 해가 갈수록 위 지방보다 남부지방의 더위가 더 기승을 부린다.

같은 경상도인 밀양의 온도가 연일 최고를 갱신하면서 아랫녘지방이 시원하다는

말도 옛말이 된것 같다.  이런 맹더위에는 가스렌지앞에 서기가 무섭다.

그러나 불을 켜지않고 해 먹을 수있는 음식이 없으니 누가 대신해 줄것도 아닌데

천상 땀을 줄줄 흘리며 끼니를 준비할 수밖에.

이럴때는 알약 하나에 한 끼를 대용할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허황한 희망도

가져보지만, 온 몸으로 느끼는  더위앞에서 도대체  맥을 못추겠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선풍기 바람은 5분을 참아내지 못한다. 

퇴근한 남편 앞으로 고정시켜주고, 나는 멀치감치 앉아  부채를 들고 테레비앞에 앉고, 

잘때도 선풍기 바람에 몸이 오싹거려  구석으로 밀려가 뒷베란다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찾아 뒷 베란다로 통하는 문 앞에  얇은 이불을 깔고 덮고 잔다 .

청승을 떤다며 흉을 보는 남편에게 야무진 입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잠시 더운 기운이 가신  자연바람에 잠을 청하는 여편네가 된다.

 

5월 하순경에 큰 아이를 낳았을 때, 친정엄마는 따라다니며 찬물을 못먹게하고, 맨발,

맨살을 드러내지 못하게 했지만 엄마가 외출하고 없을 때 찬물도 벌컥벌컥마시고,

치마를 입고 나다니고, 갑갑하여 양말을 벗어던졌는데,

이제사 왜 어른들이 산후조리를 그렇게

강조했는지 미련하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몸을 통하여 알수가 있다.

 

실내에서 슬리퍼를 신지않고 맨발로 오래 서있기가  불편하고,

종아리가 시려 바람이 닿는게 싫고,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잠을 잘 수가 없다.

산후의 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하다는것을 그 때는 왜 몰랐을꼬.

더위에 못 참아하면서도 한 쪽 어깨에 이불을 끌어 덮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노년에

접어드나보다.

 

저녁을 먹고 온다는 남편전화가 고맙고, 글자판을 두드리는 등 뒤의 솔솔 바람이

조금은 시원하다. 7월 달력을 넘기고 8월 중순까지는 덥겠다는 기상게스터의 말에

덥다고 짜증을 내느니 차라리 더위와 어우려져 올 여름을 즐기는것이 낫지않을까 싶다.

지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