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있었던 그 곳에는
문득 가 보고 싶었다. 신혼을 보냈던 우리 집이었던 곳으로. 새벽녘에 흩뿌렸던 비의 자취를 밟으며 조금은 쌀쌀한 기온을 느끼며 허전한 그리움에 그것은 어쩜 허망한 그리움인지도. 새로운 도시가 형성이 되고 예전에 가게의 이층이었던 길가의 녹슨 대문도 없지만 그 자리에 아..
18편|작가: 다정
조회수: 1,198|2003-09-28
꿈은 사라지고
극기 훈련간 아이가 없는 그 저녁이 왜 그리 어색하고 이상한지 밝은 날 보기 힘들던 남편도 일찍 들어오고 그러니 그 밍숭한 기운에 서로 말 한마디 하는 폼이 싸움 닭 볏 세운듯이 참으로 가관이 따로 없는 듯 하였다. 저녁을 일찍 먹곤 눈치만 슬슬 보다가 결국은 마트에 ..
17편|작가: 다정
조회수: 1,346|2003-09-28
계절 바꾸기
간밤에 내려 앉은 먼지를 털어버리려 문을 열어 보니 아래층 난간에 호박이 널려 있다. 어느날에는 표고 버섯과 무 채 썰어진 것들이 광주리째 볕을 받더니 나박하게 썰여진 호박이 대나무 소쿠리에 가즈런히 누워 있다. 부지런한 아낙의 살림 솜씨가 가을 볕에서 한층 빛을 더해..
16편|작가: 다정
조회수: 1,323|2003-09-28
몸 따로 마음 따로
명절이 지난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이부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 그 자체이다. (엄마는 나를 무슨 허깨비로 만들었는지 꼭 이렇게 티를 내게 만들고,태생은 공주인데 사는게 무수리과라서 그런지,,,에,,,,휴) 누워서 별별 생각만 심드렁하게 하다가 아이..
15편|작가: 다정
조회수: 1,366|2003-09-28
시간의 그늘에서(10)
ㅡ니 줄려고 뉴저지에서 사온거다.. 손지갑.일반 잡화들 그 틈에 피곤에 절여진 오빠의 행색. 뉴저지가 어디에 있는 도시인가 아이의 방에 뎅그마니 놓여 있는 지구본을 돌리며 한뼘 두뼘 재어 본다 하루 밤 재우고 보내 버린 오빠를 생각하며 우린 남들과는 다른 형제간이었다 ..
14편|작가: 다정
조회수: 1,188|2003-09-28
시간의 그늘에서(9)
문갑 서랍엔 1994년도 수첩이 있다 __5.26 파마 __94.6월 간염 면역 생겼다.5년후 백신 접종 --11.27 아침..수도 금침.0009 5년후 간염 접종은 희망 사항이 되버린 울 엄마의 수첩 각장마다 무에 그리 꼼꼼하게 적어 놨는지 우리 시댁 전화 번호로부터..
13편|작가: 다정
조회수: 1,191|2003-09-28
시간의 그늘에서(8)
벚꽃이 길섶을 장식한 이맘 때, 그녀를 만났었다. 소도시 여학교의 좁다란 골목길 사이에 자리한 아담한 한옥 마당을 가로 질러 그녀의 자취 방이 있었다. 어색할려면 한없이 어색할수도 있었지만 다정한 그녀의 살가움이 우리 인연의 처음이였었다. 지금도 유행이지만 그때도 그랬..
12편|작가: 다정
조회수: 1,205|2003-09-28
시간의 그늘에서(7)
"미안하다,이제 부터다,우리" 뜬금없이 내뱉는 남편의 말. 불그레하게 술이 오른 얼굴로 다짐하듯 그런다. 사업상 만나왔던 친구네가 어렵다나, 그 아내를 생각하니 내가 보인다고. 결혼 십여년 동안 남편은 당당했었다. 형제의 빚 잔치에 우리의 모든 것 다 내어 줄때도___..
11편|작가: 다정
조회수: 1,147|2003-09-28
시간의 그늘에서(6)
오랜 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가정의 아낙으로 살기에 바빠서 무심했었던 친구____. 후후,정월에 쌍거풀 수술을 했다나,그 친구가. 그 말하면서 우린 참으로 오랜 만에 웃었다,함께. 개나리가 한창이던 캠퍼스에서 그 아이를 만났었다. 낯섬과 설레임의 들뜬 기분도..
10편|작가: 다정
조회수: 1,126|2003-09-28
시간의 그늘에서(5)
진눈깨비가 흩뿌리던 1월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외삼촌의부고_____. 예상은 어느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소도시를 향해 가는 차창밖은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이 한창 이었다. 거의 30 년만에 마주한 외가의 친척 들은 세월의 밖에 있는이들 처럼 그대로 였다. 우습게도 그 ..
9편|작가: 다정
조회수: 1,130|2003-09-28
시간의 그늘에서(4)
자, 생활비" 남편이 큰소리로 소리친다. "아유,고마와라" 얼른 받으면서 눈웃음 한번. 남편의 수고로움에 마음이 시리다. 17일이면 용돈을 받았었다. 교사의 박봉으로 일곱 식구가 살기엔 힘이 들었을거란 생각을 그땐 하지 못했다. 그저' 언제 용돈 많이 받아 보나' 이 ..
8편|작가: 다정
조회수: 1,137|2003-09-28
시간의 그늘에서(3)
계절이 물러갈 채비를 서두르는 간절기가 싫었다. 어린 마음에 나만 손해 보는 것같은 억울함에. 겨우내 신주처럼 마루를 차지 하고 있던 화분들에게 아버진, 새 숨을 불어 넣어 주고 싶으셔서 굼뜬 나를 닥달하시곤 하셨다. 마당으로 옮기자고. 낑낑거리며 화분을 들어낼때마다 ..
7편|작가: 다정
조회수: 1,142|200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