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물러갈 채비를 서두르는 간절기가 싫었다. 어린 마음에 나만 손해 보는 것같은 억울함에. 겨우내 신주처럼 마루를 차지 하고 있던 화분들에게 아버진, 새 숨을 불어 넣어 주고 싶으셔서 굼뜬 나를 닥달하시곤 하셨다. 마당으로 옮기자고. 낑낑거리며 화분을 들어낼때마다 불호령이 사정없이 떨어지곤 했다. 조심하라고, 서두르라고, 새 싹 떨어뜨리지 말라고, '어떻게 한꺼번에 다 할 수 있남' 궁시렁 궁시렁 '당신 딸인 나 보담 그놈의 화분이 뭔데' 아버지의 시간 계산이 너무 빨라 아직 한기가 서린 마당의 서늘함이 그 잎에 스며들라치면 서둘러서 아버지 나름의 비닐 하우스를 만드시느라 온 하루를 마당에서 보내셨다. 꽃샘 추위가 밉상스러울 정도의 날에 꼭 나를 조수 삼아 예의 불호령과 함께----. 사춘기가 극에 달할 때의 이맘때, 밤마다 꿈을 꿨었다. 마당 한 가운데에서 아버지가 제일 아끼시는 연산홍과 백일홍을 힘껏 내리치는 꿈을. 세월이 흘러 또 간절기기 돌아 왔지만 아버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젠 그 목소리마저 가물거린다. 그 집에 가고 싶다. 아버지가 가꾸신 그 나무가 아직도 뽐을 내며 있을지____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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