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이제 부터다,우리" 뜬금없이 내뱉는 남편의 말. 불그레하게 술이 오른 얼굴로 다짐하듯 그런다. 사업상 만나왔던 친구네가 어렵다나, 그 아내를 생각하니 내가 보인다고. 결혼 십여년 동안 남편은 당당했었다. 형제의 빚 잔치에 우리의 모든 것 다 내어 줄때도______. 결혼은 서로를 바라 보는 것이 아니라 한곳을 함께 보는 것이라 했던가. 항상 바빴었다. 다른 이의 아픔이 남편의 고민 이었고, 난 그의 흔들림에 나부끼는 촛불이였다. 어느 정도의 마음의 다져짐이 익숙해져가고 있을 땐 남편은 가족의 한 부분이 되지 못한 자신에게 화를 내곤 했다. 졸업 여행때 한라산에서 길을 잃어 버려 산자락을 헤맬때, 그는 자신의등을 나에게 빌려 주었었다. 저 멀리서 햇불이 보일때까지 그의 등이 나에겐 길이었고,빛이었다. 그가 남편이란 이름으로 나에게 왔을 땐 풀기 힘든 숙제와도 같았었다. 나이가 들어 가나 보다, 이제 그도. 이미 모든 것에 길들여진 나의 옆에서 또 하나의 내가 속삭인다, 그의 등에 기대어 보라고. 빛은 그에게 아직 남아 있다고_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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