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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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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그늘에서(7)


BY 다정 2003-09-28

"미안하다,이제 부터다,우리"
뜬금없이 내뱉는 남편의 말.
불그레하게 술이 오른 얼굴로
다짐하듯 그런다.
사업상 만나왔던 친구네가 어렵다나,
그 아내를 생각하니 내가 보인다고.
결혼 십여년 동안 남편은 당당했었다.
형제의 빚 잔치에
우리의 모든 것 다 내어 줄때도______.

결혼은
서로를 바라 보는 것이 아니라
한곳을 함께 보는 것이라 했던가.

항상 바빴었다.
다른 이의 아픔이 남편의 고민 이었고,
난 그의 흔들림에 나부끼는 촛불이였다.
어느 정도의 마음의 다져짐이 익숙해져가고 있을 땐
남편은
가족의 한 부분이 되지 못한 자신에게
화를 내곤 했다.

졸업 여행때
한라산에서 길을 잃어 버려 산자락을 헤맬때,
그는 자신의등을 나에게 빌려 주었었다.
저 멀리서 햇불이 보일때까지
그의 등이 나에겐 길이었고,빛이었다.
그가 남편이란 이름으로
나에게 왔을 땐
풀기 힘든 숙제와도 같았었다.


나이가 들어 가나 보다, 이제 그도.
이미 모든 것에 길들여진
나의 옆에서
또 하나의 내가 속삭인다,
그의 등에 기대어 보라고.
빛은 그에게 아직 남아 있다고___.
200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