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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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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있었던 그 곳에는


BY 다정 2003-09-28

문득 가 보고 싶었다.
신혼을 보냈던 우리 집이었던 곳으로.
새벽녘에 흩뿌렸던 비의 자취를 밟으며
조금은 쌀쌀한 기온을 느끼며
허전한 그리움에 그것은 어쩜 허망한 그리움인지도.

새로운 도시가 형성이 되고
예전에 가게의 이층이었던 길가의 녹슨 대문도 없지만
그 자리에 아직까지 함께 인것은
지난 날의 신기루와도 같은 추억만이 남아 있을 뿐
허물어서 반듯하게 새로 지어진 건물은
이층엔 작은 교회의 이름이 보이고
아래층엔 음식점의 입간판이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아이의 놀이방 차가 멈춰섰던 그 자리에는
버스 정류장 표지가 서 있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게 살금거리며 주위를 맴돌던 도둑 고양이들도
어느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뛰어 오르던 기억 속에서나
남아 있었다,모든 것은 변하고
아침 부터 끌리듯이 가 본 그 동네에는
아무도 아는 이가 없고
어두운 내 마음만이 돌아 올 발걸음만 준비할 뿐
관심 없는 눈빛은 다 모르는 이가 되고 있다.

커다란 창이 많았던 주택의 구조상
더우면 더운 만큼,추우면 훨씬 더 춥게
계절치례를 하였고
아이의 태어남,백일,돌을 함께 하였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아이가 씽씽 달리며 걸음마 연습을 하였던
보행기 자국도 선명했던 마루.
남편 골탕 먹이려고
매실주 한병 혼자 마시곤 드러 누워 있었던 목욕탕도
옆집에 살았던 윤미네 할머니의 전라도 김치 맛도
오늘은 볼 수가 없으니.......
그곳을 지나갈 때면 아이는 그 유아기적의 추억을 궁금해 하면서
꼭 한마디씩 묻곤 하였던 우리 집.

오늘도 누구네가 이사를 하는지
이사 차량들이 세 대나 짐을 싣고,다시 짐을 부리고.
걸어 오는 길위에 흩날리던 잎들은 그 전이나 별반 다를게 없는데
추적추적 내려 앉는 마음은
동네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즐비한 차량들 사이에서
괜한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다 보곤 한다.

200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