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와 그 남자
내 좌판에 앉아 바라본 그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스쳐 발끝으로 떨어진 햇살을 가지고 몇시간채 땅밟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뒷모습을 보면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 키작은 그 남자는 쉬흔살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그남자의 아내는 키가 훌쩍 커 여름날 잎이 큰 후박나무처럼 ..
26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716|2003-11-19
狂년이
부지런히 서둘러도 아이들 학교갈 시간이나 되야 일나가게 되는데 다른 장꾼들에 비해 내 행동은 해가 중천끝에 달할만큼 게으를 따름이다. 장터에 나갔더니 지난겨울을 끝으로 보이지 않던 톱장사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내자리에 톱과 망치를 깔아놓으셨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할..
25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746|2003-11-06
무서운 할머니
"할머니, 여기 제자리 인데요. 여기 앉으시면 안되는데요""응? 처자는 누구여?""여기 제자리라구요""이거 살라구? 그려, 이거 사가봐. 괴기 한칼 잘라 넣고 이 고추 통새미로 넣어 푹푹 끓이며 맛나지, 어여 사가"하시며 침도 삼키신다."그게 아니구요. 할머니, 여기 ..
24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647|2003-10-21
여러분 행복하세요.
가을햇살이 아무리 따사롭다해도 몇번씩이나 고개가 곤두박질치면서 잠이 든다는것은 바라보는사람조차 안쓰러워 깨우기조차 미안한 일이다."아줌마 이 올갱이 얼마예요?""네?.. 올갱이 한사발 육천원, 참, 어제가 육천원였지, 오천원유. 전에 비가 많이 올때는 잡기가 힘들어 비..
23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770|2003-10-08
이국 여인..
눈동자가 유난히 까맣게 빛나는 낯선 이국여인들이 무리지어 장을 보러나오고 그 뒤로 그녀들의 남편인듯한 남자들이 뒤따른다.때론 그녀들의 모국어로 호들갑스럽게 이야기하며 깔깔거리다 가끔 뒤를 돌아보고 한마디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장가못간 농촌총각의 국제결혼은 시골장터에..
22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718|2003-10-07
그 여자 이야기. (9)
요즈음 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그동안 젖은 빨래 가득 쌓아 놓고 사방 꽁꽁 문닫아놓고 그 음습함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던날들을 푸르고 깊은 하늘이 걷잡을수 없이 쏟아내는 햇빛을 향해 젖은날들을 말려볼까 모두 끌어내어 하나, 하나,툭, 툭 털어 걸어놓고있..
21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769|2003-09-30
오늘
2년 전 그해 겨울 신탄장에선 눈보라치는 철교근처에서 한동안 나오지 않는 주인을 대신해 장사를 하다가 추위가 걷히며 봄이 천천히 다가올 무렵 자리주인이 나타나 화장품 펴놓고 장사할 자리를 잃게 되었다.여기 저기 빈자리를 찾다 소나무 네그루에 벤치가 있던 역광장,긴계단을..
20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887|2003-09-18
그 여자 이야기
추석연휴가 시작된 오늘. 아이들은 아직 긴잠을 자고 있고 아침밥 먹으라고 깨우려 다가가다 한없이 편한 표정을 지닌채 고른숨을 내쉬는 아이를 차마 흔들지 못하고 메모를 해놓고 집을 나왔습니다.장터를 찾아들면서 오늘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앉아있어야지 혼자 다짐을 수없이 했..
19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798|2003-09-11
손님
가끔 먼데서 일하는 장터로 손님이 찾아오는적이 있다."오늘이 장날인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하면 면사무소에 전화해서 장날을 알아보았다고 했다. "제가 오늘 일있어서 못나왔으면 어떻게 할뻔했어요?" 먼길 찾아왔지만 대접이라야 자판기에서 200원짜리 차한잔이 고작이..
18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869|2003-09-06
도대체 비는 왜 자꾸 내리..
또 비가 내리는가.. 다닥 거리며 시끄럽게 차양을 두드리는 소리에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니 밤새 울어대던 고양이가 일층담장위에 앉아비를 맞고 있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내게한 놈이라 잘 만났다 싶어 "가, 저리 가." 종주먹을 쥐고 때리는..
17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2,008|2003-09-03
호사스러운 일.
라디오 방송이 있는날이였다."좀 서두르실래요? 기차타려면 일찍 나가야 하거든요."내생활을 담아내느라 지난 몇날 함께지내던 다큐멘터리 방송 PD는 "고속버스터미널은 이 근처잖아요."했다."이때 아니면 기차탈 시간은 없거든요."하는 내말에 잠이 덜깬 PD는 카메라를 메고 ..
16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736|2003-08-29
작은 오빠
유년시절 옛집 뒤로는 논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논을 가려면 기차길을 지나야 했다.가을이면 쌍둥이오빠를 따라 메뚜기를 잡으러 칠성사이다병을 들고 논으로 가는데 앞서가는 오빠들 뒤에서 나는 양팔을 벌리고 기차길 레일위로 올라서 금새 떨어질듯 삐뚤빼뚤 걷는다. 멀리서 기적소..
15편|작가: 손풍금
조회수: 1,855|2003-08-27